날씨 : 어마어마하게 덥다 

오전중에 주간마감을 다 마치고 일을 끝냈다. 점심먹고 물통을 채워놓은 후 직원들 마실 냉커피 담아두고 미숫가루를 타서 냉장고에 넣어둔 후 편하게 책을 보기 시작했다. 오늘 본 책은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와 고양이 푸짱의 맛있는 연애.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는 원래 딱히 살 생각은 없던 책인데 퍼뜩 눈에 띄여서 얼결에 구입했다. 고른 영화들은 2/3정도는 본 것이고 1/3정도는 못 본 영화인데 못봤다기보다는 내 취향이 아니라 안 본 영화들이었다. 사실 나는 러브스토리를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그런 종류는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잘 보지 않는다. 근데 이 책의 주인은 러브스토리 마니아라고 할 정도다. 제목에서도 사랑을 요리하다라고 나오더니 아니나 다를까 나오는 영화가 전부다 러브스토리 일색이다. 원래 삶의 포커스가 그렇게 사랑에 맞춰진 사람인지 책을 쓰다보니 그리 됐는지 모르겠지만 좀 과하다. 솔직히 글은 좋았다. 필력이라고할까? 글은 잘쓰는 사람이네 싶었는데 그 내용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은건 어쩔수 없는 문제다. 나는 가끔 세상사람들이 지나치게 사랑을 과장한다고 생각한다. 불타는 사랑, 가슴아픈 이별, 뭐 이딴것들이 진짜 중요한 것이라고, 사랑 한 번 못해보다니 불쌍하다고 외치는 세상에 나도 같이 외치고 싶다. 세상에 진짜 중요한건 본인 나름이야. 없으면 없는대로 살고 있으면 있는대로 사는거야라고...성격상의 문제지 싶은데 난 남들앞에서 흐트러진 모습 보이는게 싫다. 그것이 술에 의한것이든 사랑에 의한것이든. 내 자신을 주체못하고 남한테 끌려가고 흐트러진 모습이 끔찍이도 싫다. 사실 내가 혼자 술 마시는걸 좋아하는 이유중에 하나도 그거다. 남들이랑 같이 마시면 흐트러진 모습 보이면 안돼라는 생각이 너무 과해서 진정으로 즐길수가 없다. 그러니 사랑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사랑으로 흐트러진 모습도 싫고 남에게 무한정 잘해주기도 싫고 밀고 당기기도 싫고...이러니 사랑은 내게는 물 건너간거다. 각양각색의 러브스토리를 읽으며 생각한다.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작가나 영화감독들이 사랑을 발명한게 아닐까? 도대체 사랑이 없으면 그 많은 문학작품이 어떻게 나왔겠으며 영화를 뭘로 찍을까? 책과 영화를 팔아먹기 위해서 끊임없이 사랑이 중요하다고 광고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때면 내가 편집증인가 싶기도 하지만 가아끔은 그런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는 나의 냉소적인 성격때문이다. 

고양이 푸짱의 맛있는 연애를 덮고 든 생각은, 아니 덮기도 전에 앞부분 30페이지를 읽고 든 생각은 이 여자 미친거 아냐? 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거. 좋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하는거. 좋다. 생활이 고양이 위주로 돌아가는 거? OK다. 나도 내가 키우는 강지들을 내 친구들보다 더 생각할때가 있으니까. 그렇다해도 정도가 있다. 첫사랑에 실패한것도 첫 결혼을 실패한것도 개를 좋아하는 남자를 사귀어서란다. 개를 좋아하는 남자는 여자를 개처럼 길들이려고 하고 지 맘대로 하려고 하고 등등등.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는 여자를 존중해주고 무한히 사랑해주고 등등등. 하여간 멋진 남자의 기준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다 이거다. 자기는 개를 좋아하는 남자를 사귄 바람에 이제껏 실패했다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를 사귀면서 잘살고 있단다. 말도 안되는 개소리. 개를 좋아하는 남자는 그냥 개를 좋아하는 남자일 뿐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도 역시 그 뿐이고. 그럼 파충류를 좋아하는 남자는 어떤데? 나는 사정상 개를 키우지만 고양이도 아주 좋아한다. 집에서 키우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길냥이 다섯마리를 책임지고 먹이고 있으며 집에서도 길냥이 세마리를 사료주면서 키우고 있다. 다만 우리집에서 못키울뿐이지. 그래도 말이다 그런 얘기를 책으로 쓰려면 뭔가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 이건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라 미친 여자로 보인다. 마치 사이비 교주처럼 군단 말이다. 고양이에겐 현대 의학으로도 밝힐수 없는 뭔가가 있고, 죽고나서 작별인사를 하러왔고, 시공을 초월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둥. 이쯤되면 미친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일본여자가 미국에서 쓴 책이 한국에서 발간될 정도면 이 책을 다른 사람들은 좋아했다는 뜻이다. 적어도 일정이상은 팔렸고 인지도를 얻었다는 뜻일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 여자의 헛소리로 들렸다. 너무 과하다는 뜻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딱 그말 그대로인 책이다. 저자를 만난다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아줌마, 아줌마가 결혼에 실패한건 개랑 아무 상관없거든요. 사람이 사람일 뿐인것처럼 개도 개일뿐이고 고양이도 고양이일뿐이예요. 자신이 고양이에 미친건 좋지만 이러지 맙시다. 예?하고.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혹평을 한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감정일뿐이다. 책을 인터넷으로 사다보면 좋은 책도 있지만 나쁜 책도 고르게 된다. 이건 진짜 내 타입아닌데 싶은 책은 많다. 하지만 책 읽으면서 작가의 정신상태를 의심케할정도의 책은 정말 처음이다. 이제까지 만난 책중에서 가장 내 타입이 아닌 책을 만난 관계로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는 책보다도 더 궁시렁궁시렁 불만을 늘어놓고 말았다. 행여나 이 책이 정말 좋았었다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나랑 아주 많이 맞지 않아서 그러니 나의 이 악평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읽으면 읽을수록 스트레스가 쌓이는 책인지라 어딘가에 풀어놓지 않으면 견딜수가 없다라는 그런 느낌이라 악평을 길게 늘어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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