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엄청나게 더움
오늘부터 온 골목이 휴가에 들어갔다. 세상이 다 조용하다. 사장도 없고 꼴보기 싫은 놈들 둘이도 휴가라서 없고 골목도 조용하다. 곽차장이랑 얘기해서 3시쯤 마치기로 했다. 엄마랑 영이랑 다 같이 화명동 계곡에 있는 농원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원이년이 내일 내려온다기에 그에 맞춰서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안온단다. 홍서방 온다고. 빌어먹을 기집애. 하여간 저밖에 모르는 인간이다. 화가 나서 한마디 해줬더니 구구절절 변명이다. 아빠랑 똑같은 인간이다. 자기밖에 모르고 이기적이고 그러지 말라고 하면 자기가 뭘 잘못했냐며 구질구질하게 오만 소리를 다 하는 인간. 결혼도 했으면서 내 인생에서 사라지지를 않는다.
오늘 본 책은 귀선전 1, 2와 마틴과 존이다. 귀신전은 퇴마록 이후로 많이 나오는 귀신 소설이다. 근데 등장인물이 퇴마록처럼 근사하지는 않다. 뭐랄까 소시민적이랄까? 상처도 많고 겁도 많고 잘 속아넘어가고 잘 반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그래도 시간때우기용으로는 좋은 소설이라서 설렁설렁 재미있게 봤다. 마틴과 존은 설명은 근사하기 이를데없던데 막상 읽어보니 기대이하였다. 첫째로 원작자의 잘못인지 번역가의 잘못인지 모르겠는데 지금 말하고 있는 화자가 누군지를 모르겠다는 점이다. 마틴과 존으로 자꾸 옮겨가는데 지금이 마틴인지 존인지도 모르겠고 존에 대한 설명도 가만히 보면 두 명의 존이 나오는것 같은데 어느 존인지도 모르겠고. 뜬금없이 나오는 헨리는 또 누군지도 모르겠고. 한마디로 줄거리가 일관성이 없다. 지금 존과 마틴이 시간순서없이 뒤죽박죽 나열되어 있고 인물도 그런식으로 뒤죽박죽인데다 인칭대명사를 많이 써서 도대체가 지금 누구를 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더란 말이다. 내가 너무 스르륵 읽어내려가서 그런가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봐도 역시 그런 느낌. 두번이나 봐도 그렇다면 나와 맞지않는 책이려니 싶어서 뒷부분은 대충 보고 말았다.
농원에 갔더니 역시 여름이라서 계곡에 사람들이 많았다. 오리 불고기랑 백숙을 시켜서 먹었다. 더웠지만 물소리도 나고 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니 그럭저럭 참을만했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잘 안취한다 이러면서 찔끔찔끔 몇 시간을 마셨더니 생각보다 많이 마셔서 집으로 오는길에 필름이 끊겼다 말았다 했다. 차에서 존건 기억이 없고 중간에 마트에 잠깐 들른건 기억이 나는데 집에 도착한건 기억이 없다. 그주제에 한 잔 더한다고 안주 만든건 기억이 나는데 그동안 엄마에게 뭐라고 주절거린건 또 기억이 안난다. 매실주를 한 잔 더하고 헤롱거리다 잠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