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정말 많이 덥다 

잠이 모자란다. 아침에 사장 몰래 졸다가 말다가 하면서 보냈다. 부가세 신고에 결재일까지 지나고나니 할 일이 없어서 한가하다. 오후에 디센트를 읽었다. 지옥이니 사탄이니 하길래 판타지 종류인가해서 샀는데 잘못 짚었다. 성경에 나오는 지옥은 실은 지하세계를 말하는 것이고 사탄이란 이 지하세계의 지도자를 말하는 걸로 나온다. 즉 인류가 진화하는 중에 한 부류의 인간들이 지하로 가서 거대한 지하문명을 이루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역진화가 진행되서 퇴화한 인류가 살고있다. 그러다 인류와 부딪히게 된다라는 그런 얘긴데 큰 재미는 없었다. 상상은 자유라지만 만약에 인류가 지하세계에서 살게된다면 문명이전에 지금의 인류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를 해야하는게 분명하다. 박쥐종류처럼 변해야지 유인원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진화의 의미가 없지않나 싶다. 또 그들이 지상세계의 사람보다 더 이른시기에 문명을 이루어서 지상사람들에게 가르쳐준것으로 나오는데 그럴 정도라면 지상사람들을 쓸어버리고 지상에서 살면되지 굳이 지하에서 살 필요가 없다. 인간은 지하에서 살도록 진화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굳이 지하에서 산다면 지상에서 살수가 없기때문일것인데 더 앞선 문명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사탄이라는 존재도 그렇다. 일종의 영혼이 몸을 옮겨가면서 살 수 있게 나오는데 먼 과거부터 인류를 지켜보던 존재가 왜 굳이 지금에 와서 자신의 동족들을 드러낸걸까? 좀 더 과거에 과학이 아직 덜 발달했을때가 더 적당한 시간이었을텐데.  게다가 지하인들의 과도한 신체절단에 대한 부분도 그렇다. 퇴화해서 문명의 흔적만이 간신히 남아있어 인육을 먹고 사는 이들인데 고문과 신체절단을 일종의 입문의식으로 쓴다는것도 지옥이라는 이미지에 너무 집착해서 억지로 만들어 낸것같다. 사실 굳이 이런식으로 따진다면 쥘 베른의 잃어버린 세계도 순 말도 안되는 억지인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굳이 이런식으로 평가한것은 지옥과 사탄이라는 이미지를 차용한것이 마음에 안들기 때문이다. 지하세계에 있는 인간들이 사는 방식이 우리가 보기에 지옥처럼 보일것은 분명하지만 거기에 억지로 지옥이라는 말로 이미지를 만들어낸것. 그들의 지도자를 굳이 사탄이라는 말로 표현한 것이 마음에 안든다. 지옥같은 곳과 지옥은 전혀 다른 의미다. 그러니 이 책에서 지옥은 존재한다고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나는 그 말에서 일종의 판타지를 기대했는데 이 책은 공상과학의 영역이다. 지하세계가 존재한다고 표현해야지 지옥은 존재한다고 표현해서는 안되는게 아닌가. 사실 진짜 지옥이 아니라 지하세계를 표현한 책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안샀을것이다. 지하세계의 사람들의 생활을 표현한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창자로 사람을 묶는다느니 이를 뽑는다느니 살을 잘라서 문신을 새긴다느니 하는 점들이 하나같이 지나치게 잔인하게 표현되어 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이 인육을 먹는것은 이해가 간다. 식물이 자라지 않는 지하에서는 육식에만 의존할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건 당연한 일이니 상관없다. 문제는 그들이 아무리 퇴화했다해도 지나치게 고문을 일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고문이란 오히려 고등문명에서 나타나는게 아닐까? 선사시대에 인간이 서로를 고문했을까? 하여튼 책 전체에서 과도한 폭력과 시체모독, 고문과 신체절단이 쉴새없이 나오는데 읽기가 아주 불쾌했다. 기묘한 불쾌감이 아니라 그냥 불쾌한 거. 보고나니 이걸 왜봤지 싶다. 소설이란 재미를 위해서 보는건데 이건 뭐. 완전 실패다. 기왕 산건데 싶어서 끝까지 봤지만 보고나니 뒷말이 아주 나쁘다. 걍 관두는건데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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