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흐리고 바람이 약간 부는 날씨
원천징수신고하는 날이다. 인터넷으로 신고하고 납부하고 나머지 일을 정리했다. 점심먹고 오후에는 책을 봤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는(중곤데 최상이라고 샀는데 더럽고 표지가 찢어졌다. 더러 이런 책들이 있다. 중고 등록하는 사람이 너무 주관적으로 본것같다. 상태가 최상이라고 표시되어있다면 말 그대로 거의 새것과 같은 상태여야 되는데 제법 더러운 책도 최상이라고 판다. 중고로 사자면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그냥 상정도로 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납관부 일기, 솔로몬 케인까지 세권을 봤다. 빨리 보려고 얇은 것만 골라서 봤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는 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취하기에라는 말을 술꾼답게 醉(술취할 취)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웬지 제목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이게 무슨 뜻이지? 했는데 받아보니 取(취할 취)였다. 일본어로 하면 대단치 않은, 사소한 것들이라는 뜻인데 그걸 어역을 하지 않고 직역을 해서 제목으로 삼았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취하다라는 말은 보통 쓰이는 말이 아닌데. 언제나 느끼는건데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읽을때마다 약간 우울하다. 일상의 멜랑꼴리랄지 황혼의 우울이랄지. 왜 아무 문제도 없고 별 일도 없는데 스산한 바람이 부는것 같은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이상하게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읽을때마다 그런 우울함이 느껴진다.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를 봤을때도 특별히 슬픈 작품도 아닌데 웬지 우울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느꼈는데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말하자면 My favorite thing같은 책인데 그럼에도 책장을 덮고나니 웬지 모를 우울함이 느껴졌다. 내게만 이런지 원래 이런 작가인지 아리송하다. 납관부 일기는 앞부분은 좋았는데 뒤로가니 책의 1/3이 불교용어로 채워져있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고 관심도 없는 분야다 보니 지루하고 읽기 힘들어서 겨우 읽었다. 솔로몬 케인으로 보자면 영화를 보고 짐작을 했어야 했건만. 영화가 진짜 지루하던데 왜 이 책을 샀을까? 정말 이렇게 재미없는 책 간만에 봤다. 아무 의미도 없고 뜻도 없이 정의구현을 하겠다며 발광하는 주인공이라니. 거기다 악당은 다 흑인 아니면 무슬림이고. 택도 없는 악마에 가당찮은 청교도 정신. 오호 통재라. 이 책이 70년 세월을 살아남을만한 무언가가 있다고 다른 사람들이 느꼈단 말인데. 도대체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는지 참 궁금하다. 다 보고나니 웬지 기분이 상해서 던져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