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흐리다 오후에는 이슬비가 내렸다. 

한가한 하루였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아무 일도 없는 날들이 계속되다보니 걱정이다. 이렇게 맘편히 살아도되나 싶을 정도다. 나는 변화나 혼돈같은게 딱 싫은 사람이다. 사건이 계속되는 그런 생활은 질색이다. 하루하루 어찌나 평온하고 편한지...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요즘 참 행복한 나날이다. 일도 없고 사장도 서울가고 없어서 오전에는 전표정리를 조금하고 오후에는 책을 읽었다.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와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15년동안의 매니저 생활을 정리하고 뉴욕으로 떠나면서 쓴 자서전인데 그저 한번 읽어볼 수준이다. 매니저 생활이란 이런거다라는 소위 말하는 세간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정도. 요즘 이런 자서전 비슷한것이 참 많이 나온다. 말하자면 너도나도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아니 알려지지 않아도)자신의 얘기를 책으로 쓴다고 난리다. 이런 책을 뭐라고 분류할까? 에세이라기엔 너무 본인에 대한 얘기가 많고 자서전이라기엔 연륜이 모자란다. 배낭여행 한번 갔다오면 책 한권을 쓰고, 세간에 좀 화제가 된 사연을 가지고 있어도 책 한권을 쓰고. 너도나도 내 얘기 좀 들어보라고 고함을 지르는 기분이다. 재미있을때는 끄덕끄덕 괜찮네라고 보지만 조그만 지루해지면 종이낭비같은 책들. 근자들어서 이런 책들이 참 많다. 많기도 너무 많다.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소위 무슨무슨 관리시즈를 낸 작가의 작품이다. 십각관 살인사건과 시계관 살인사건, 암흑관 살인사건을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난해해진다. 이 작품도 주절주절 참 장광설이 긴 작품이다. 것두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장광설이 아주 길다.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다. 외딴곳의 한 저택. 눈보라속에 늘 그렇듯이 차도 없고 전화도 없고 티비도 없이 고립된 곳의 사람들. 그곳에서 일어나는 밀실사건. 범인은 우리들중에 한 명이다. 등등등등 아가사 크리스티 시절의 작품에서부터 계속 써먹어 내려오는 그 트릭이다. 진부한 소재를 딛고 이중으로 짜여진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인데 내용과 무관한 무슨 사이비 종교같은 장광설이 너무 길어서 약간 지루했다. 그런 부분만 빼면 전체적으로 추리소설로는 무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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