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책이 추리소설이라는 말만 듣고 샀기에 이렇게 무서운 소설인줄 몰랐다. 보통의 추리소설의 경우 탐정이 몸으로 때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탐정이란 사건이 벌이지면 시체구경 좀 해주시고 머리만 굴려서 범인을 알려주면 범인이 지풀에 그래 내가 범인이다 라고 고함치면 끝나는게 보통 추리소설이다. 작중에 아무리 시체가 무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많이 등장한다고해도 기실 글속의 일이라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다르다. 스밀라는 목숨을 걸고 사건을 추적한다. 사실 처음의 살인사건은 단순하다. 스밀라가 친하게지내는 이웃의 소년. 그나마 아무 트릭도 없이 흰 눈위에 떨어져서 죽은게다이다. 명백히 추락사이다. 눈위에는 소년의 발자국 뿐임으로. 소년에게 중증의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사실만빼면 정말 단순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은 참으로 무섭다. 폭발이 있고 살인위험이 있고 맞고 때리고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기고 마지막에는 정말 온몸에는 피멍이고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겨우 살인범을 잡는다. 이 소설에서 진짜 무서운건 살인이나 사람이 아니다. 바로 눈이고 얼음이고 빙하다. 왜 하필 올겨울 제일 춥다는 날 이 책을 읽었는지. 가득이나 추운데 책 속의 추위가 얼마나 실감있게 다가오는지 와~진짜 실감난다 라는 느낌과 너무 추운데 여름에 읽으면 오히려 시원하니 좋겠다 라는 생각이 번갈아 나면서 어느쪽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사람이 제 아무리 날뛰어봤자 결국 얼음을 이길수없다는 스밀라의 독백은 바깥의 추위와 함께 무겁게 다가온다. 명예에 대한 욕망, 돈에 대한 욕망으로 몇 십년에 걸친 사건은 한 소년의 죽음과 함께 끝을 맺고 만다. 그 모든 욕망들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것을 그토록이나 많은 희생과 함께 알게된다.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지만 이렇게나 등골 서늘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은 정말 처음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거같다. 가득이나 추운데 책 속이 온통 눈과 빙하와 얼음천지이니 말이다. 배경이 한 겨울의 핀란드, 그린란드, 그리고 마지막은 북극이다. 이러니 안추울수 있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