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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문학터치 2.0 - 21세기 젊은 문학에 관한 발칙한 보고서
손민호 지음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나는 작가의 이름을 잘 외우지 않는다. 첫째는 이름을 잘 못 외워서이고 둘째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다 재미있지는 않기때문에 차라리 소설 내용을 보고 사는게 더 좋아서이다. 게다가 나는 한국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내게 책은 여행과도 같은 것이다. 평소 보지 못하는 것. 내 삶에서 느끼기 어려운 것. 일상을 벗어나서 한가로이 거니는듯한 그런 느낌을 원하는데 한국소설의 경우는 그런 느낌을 느끼기 어렵다. 익숙한 이름에 익숙한 배경등등은 내가 잘 아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듯하여 웬지 불편하다. 한술 더떠서 미안하게도 나는 시를 싫어한다. 웬지는 잘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나는 시를 싫어하고 산문을 더 좋아했다. 문학에서는 산문보다 시를 더 쳐주는 분위기던데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것도 취향이니 어쩌랴 싶지만. 그런 내가 문학터치라는 읽지도 않은 작가들의 비평집을 산것은 외국책만 사는 내가 무언지 한국 문학계에 빚을 지고 있는것같은 가탕치도 않은(?) 느낌이 들때가 가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생기면 무언가를 해주어야한다는 열병이 생긴다. 한때 한국 음악계가 어렵다고 할때 음반은 잘 안들어서 무리니 가수들이 내는 책을 사주어야겠다며 미친듯이 샀었고 한국 만화가 어렵다고 할때는 취향에도 안맞는 한국 만화를 막 사모으기도 했다. 결과는 대부분의 경우 후회막심이다. 취향에 안 맞는 책을 샀으니 재미가 없을수밖에. 이 책은 솔직히 후회수준은 아니다. 이 책 전체를 통틀어서 내가 아는 작가는 딱 1명 듀나였고 읽어본 책은 딱 2권 자정의 픽션과 삼미슈퍼스타즈의~ 다. 둘 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한 이 책에서 소개된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내가 읽을 일은 없을것 같았다. 찬찬히 정말 진지하게 읽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하나도 없었다. 너무 무겁고 너무 아프고 너무 슬픈 이야기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이제는 싫다. 그래 나는 요것밖에 그릇이 안되는 인간이구나 하고 두 손 들고 항복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단지 한국 문학이 여기까지 왔구나 앞으로 이런 길을 걸어갈것 같고 이런 분들이 한국 문학의 미래를 책임지겠구나 하며 읽었다. 내가 읽지 않는다 해도 한국 문학의 현재 모습을 알려주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다만 내가 그러지 못함이 미안하며 다른 많은 분들이 한국 문학을 사랑해줄것을 빌며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