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의 기술이란 책으로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신작이 나왔다. 그의 작품이라면 실패란 없다는 생각에 두번 생각할것도 없이 장바구니 속으로 직행했다.  

드디어 도착한 책. 먼저 외관부터 한번 보자. 황량한 사막의 말라버린 강바닥에 놓여있는 가방 하나. 표지부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위에 보이지 않게 투명하게 양각되어있는 그림은 책의 내용중에 하나인 사진을 멋지게 코팅해 놓았다. 겉표지를 넘기니 샛노랑색의 정장 안쪽에 금박으로 그의 이름과 제목이 영어로 적혀있다. 흑백이지만 사진을 많이 넣은 탓인지 종이의 질은 매끄럽고 그 색상도 너무 눈부시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함이 돋보인다. 첫페이지를 살며시 열어보니 은색의 투명종이에 보라색 펜으로 쓴 한국독자들에게 보내는 보통의 편지가 원문과 번역본으로 실려있다. 너무 예쁜책이다. 그의 다른 책도 다 그렇지만 이 책 역시 편집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훌륭한 정장이 참 마음에든다. 책의 내용이 정신을 만족시켜준다면 책의 디자인 또한 우리의 육욕을 만족시켜주는데 한치의 모자람도 없다고 본다.  

다음은 내용. 열개의 쳅터로 나뉘어져 각각의 일에 대해 논하고 있다. 1장에서는 우리가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화물선을 유심히 쳐다본다. 2장에서는 슈퍼마켓의 이면의 모습.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모두가 무심히 넘기는 물류라는 부분을 파헤치고 3장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의 한 축을 책임지는 비스켓 회사를 방문한다. 비스켓은 더이상 요리가 아니라 심리학의 한 부분이라는 요리라고는 할 줄 모르는 비스켓 개발자를 만나보고 4장에서는 새로운 직업인 직업상담이라는 분야를 살펴본다. 오로지 서비스만을 판매하는 직업이다. 5장은 현대과학의 최선두에 서있는 로켓과학이라는 우리가 평소에 잘 접하지도 생각지도 않는 분야인데 얼마전의 나로호 발사때의 감동이 불연듯 떠올라 그의 마음이 더욱 이해가 갔다. 6장 그림.즉 화가에 대한 얘긴데. 직업으로써의 예술을 한번 들여다 본다. 7장은 송전 공학. 정말 생소한 분야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전기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있지만 그 전기콘세트를 따라가서 전선을, 송전탑을 생각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8장은 회계. 모두가 뭔지는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분야. 9장은 창업자 정신. 벤처사업가와 발명가들이 등장하는 혼돈의 세계다. 10장은 항공 산업. 엄청난 돈과 어마한 사람들이 관계된 사업으로 상위와 하위가 어찌나 구분이 되는지 마치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생각케할 정도이다. 이 모든 일에 관련된 사람들은 대부분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에게 참치잡이는 여섯아이를 먹이기 위한 절박한 생존의 마지노선이고 누군가에게는 예술의 결과물로써의 일이고 또다른 사람에게는 자이실현을 위한 도구(라고 회사에서 세뇌시킨다)이다. 이 모든 일에서의 기쁨과 슬픔. 자아실현이라는 둥, 자기 성찰이라는 둥 하는 말도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이란 그저 밥벌이이기도 한 현실. 과거사회에서 일이란 그저 자기가 먹을 것을 자기가 구하는것이었다. 오랜 세월 오늘 먹을것을 구하고 나면 그것으로 오늘의 일은 끝인 사회에서 현대사회 사회로 오면서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추구해야만 하는 종류가 되어가고 있다. 그저 밥벌이가 아니라 다른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모두가 외치는 이 사회에서 일이란 진정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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