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이라는 작품으로 알게된 교고쿠도 시리즈에 푹 빠졌었다. 광골의 꿈 이후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 애태우고 있는데 스핀오프격인 백기도연대 시리즈가 나오더니 그것도 뜸하다 싶어 섭섭해 하던 중 나온 항설백물어. 기다리던 책이라 얼른 샀다. 제목이 웬지 이상하다 싶었더니 일본어제목을 그대로 한글로 음만 따서 적은 모양이다. 부제에 해석이 되어있긴 하지만 말이다. 전작에서 요괴와 추리라는 이질적인 요소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던 작가는 이번에는 요괴와 원한을 다룬다. 세상에는 요괴와도 같은 사람이 간혹 존재한다.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힘없는 자를 괴롭히는 자들.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에 깃든 어둠을 요괴의 형식을 빌어 단죄한다는 얘기다. 자칭 괴담 작가인 모모스케. 비를 피하러 간 허름한 오두막에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에 둘러싸인채 괴담이야기가 시작된다. 묘한 사람들 묘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 웬지 불안해하는 승려까지. 둘러앉은 사람들은 하나 둘 이야기를 끝내고 백가지 괴담이 끝나면 귀신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웬지 불안해하던 승려는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 나오고 만다. 의아해하며 사정을 물어보는 모모스케에게 네 사람의 모사꾼이 사실을 밝힌다. 알고보니 이들은 돈을 받고 원한을 풀어주는 이른바 원한해결사무소같은 사람들이었던것. 얼떨결에 이 일행에 끼이고 만 모모스케는 이들과 같이 행동을 하지만 언제나 내용은 맨 마지막에야 안다. 요괴이야기라기보다 원한 해결 사무소의 에도버전같은 이야기지만 가슴 통쾌한 이들의 활약이 참으로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