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대치고는 드물게 러시아어를 전공했구나 싶더니 뒷배경이 범상치 않았다. 대지주의 아들에서 공산당에 가입하고 16년을 숨어살아야했던 아버지. 그 뒤로도 결코 자신이 물려받을수 있는 부에 집착하지 않았던 아버지라니 참으로 멋진 아버지를 두었구나 싶었다. (물론 내 아버지가 그런다면 좀 싫을수도 있을것같다) 아버지가 프라하의 공산당 잡지의 편집위원으로 지내기는 동안 마리 여사는 프라하의 학교에서 5년간을 지난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생활에 쫓기다보니 프라하의 친구들은 어느새 추억으로만 남게된다. 그 추억이 되살아난건 동구권사태때문. 일면 프라하의 봄이라는 사태를 통해 그리운 친구들이 무사한지 살아는 있는지 걱정이 된 그녀는 휴가를 내어 그 옛날의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여기서는 찾지 못한 친구들은 소개하지 않았는지 그녀가 찾고자 했던 3명의 친구들을 다 찾아내고야 만다. 긴 헤어짐의 끝에 만난 친구들은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있었고 그때와는 사뭇 다른 삶을 살고있었다. 하지만 그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은 그 시절 그 때의 소녀들 그대로이다.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견뎌온 그녀들이 참으로 대단하다. 사실 살다보면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리여사의 친구들처럼 전 세계에 흩어져있지 않더라도 이 좁은 대한민국안에서 있어도 만나기 어려운게 어린시절의 친구들이다. 특히나 여자는 더 그렇다. 사회생활의 폭이 좁고 가정에만 안주하다보니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고 설혹 만나도 서로의 관심사나 생활이 너무나 틀리다보니 서먹해져 다시 만나지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세계의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슴에도 다시금 마음으로 소통할수 있는 그녀들이 우정이 참으로 부럽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 공산당이라는 말이 나왔을때 살짝 눈썹이 찡그려졌다. 우리가 반공을 외친게 얼만데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허나 전세계의 공산당들의 삶의 단편과 그들도 우리와 별 다를게 없이 힘든 삶을 살아온것을 알고나니 이데올로기란게 얼마나 허무한가 싶어 가슴이 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