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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낭만적 밥벌이란 제목을 보고 흥!하고 비웃음 섞인 콧바람을 날렸더랬다. 밥벌이에 낭만이 어딨어. 먹고 사는건 다 비루하고 지겨운거야. 라며 자조섞인 비웃음으로 다음 줄을 보니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라는 정말 카피라이터스러운 글. 카피 쓰던 사람답네. 라는 생각에 한 장 넘기고 보니 웬걸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그만 술술 읽어내려가고 말았다. 서너시간만에 다 읽고는 내려놓으면서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다. 어쩜 그리 생각하는게 비슷한지. 나 역시 회사 생활 지겨울때면 또는 회사에서 긴 미래가 보이지 않을때면 가끔 꿈만 같은 창업을 생각한다. 내 꿈은 사실 도서관을 차리는건데 건 좀 무리고 비슷한 것으로 북카페를 차리고 싶은 꿈이 있다. 다만 나는 이 꿈을 굳이 이루고 싶지 않다. 물론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가장 큰 문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밥벌이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게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일단 생활과 연결되면 추락하는것은 정말 시간문제다. 밥 벌어먹고 공납금 내고 생활비 맞춰가며 산다는건 힘겹고 어려운 일이므로. 간혹 그래도 나는 후회없었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강단있는 사람이 아니다. 실패하면 분명히 땅을 치며 후회할것이고 그러고 나면 내게 남은것이 없어질것 같아서 두렵다. 그런 점에서 순대국 먹다 우리 창업이나 해볼까? 라는 말 한마디로 용감하게 창업으로 뛰어든 두 사람이 참 부럽다. 이걸 해봐? 저걸 해봐? 이건 아닌데..이것도 아닌데 라는 그야말로 좌충우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운 창업기는 읽는 내내 참으로 유쾌한 대리경험이었다. 물론 아무리 고생해도 내 고생이 아니니 유쾌하게 즐길수 있었겠다. 내 일이었으면 웃는 사람 머리를 쥐어뜯었을지도...특히나 인테리어 업자 얘기에서는 공감 200%였다. 나역시 새로 산 집 수리를 엄마 아시는분에게 맡기면서 그 분 말발에 넘어가서 다 알아서 해주세요라며 맡긴것이 실수었다. 수리하면서 뭔가 이상해서 말하면 어찌나 말발이 좋은지 응,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고 이래서 돈이 더 들어요 저래서 좀 더 주세요라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더니 이것들이 나를 호구로 알고 얼마나 많이 남겨먹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가 갈린다. 인테리어 회사들은 인테리어 잘하는 기술보다 집주인이 따질때 말발로 넘기는 법을 더 많이 공부하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혀 하나는 기름 친것마냥 잘 돌아가던 사기꾼 놈. 지금 생각해도 어디 가서 저주굿이라도 하고 싶은 인간이었다. 이것도 공부라면 공부다. 하지만 나는 이런걸 배운셈치라는 사회 풍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연히 속인 놈이 나쁜 건데 속은 사람에게 되려 공부한 셈 치라니. 이래서야 사기를 종용하는게 아닌가. 나만 그런줄 알았더니 세상에 그런 못된 인테리어 업자가 많다는걸 알게되니 더더욱 창업하려는 마음은 저 먼 꿈속의 일로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꿈은 꿈이라 좋은거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키키봉의 괴로움을 나의 즐거움삼아 즐겁게 읽었다. 세상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꼭 카페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과정의 험난함과 무서움을 가르쳐줌과 동시에 가슴떨리는 유혹의 손길을 날린다. 야근이 지겨워서, 또는 상사가 보기 싫어서 나도 창업이나 한 번 해볼까라는 꿈을 남몰래 품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한줄기 복음(?)과 좌절(?)을 안겨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