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명작가의 자화상
이병옥 지음 / 솔과학 / 200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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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 미리보기도 심지어는 책 내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마저도 없는, 작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들이 다인 이 불친절한 책소개. 달리 말하자면 이 책이 인기없는 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불가사의하다. 뭐에 씌었었나보다. 작가 폴 레오토의 망령이 순간 찾아든것일지도.  

폴 레오토. 프랑스 작가이다. 단 세권의 책을 낸채 평생을 무명으로 살다 생의 마지막에야 평생 써온 일기를 문학일기라는 제목으로 출품하면서 말년에 겨우 고명한 작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60년이 넘은 작가 인생을 보내고 나서 생의 말년에 겨우 찾아온 명성은 이제 그에게 의미도 즐거움도 주지못하지만 그는 소리높여 말한다. 그래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자유분방한 작가로써 평생을 살아왔다는 점이라고. 프랑스 문단에서도 역시 프랑스 문학계의 괴짜인물로 평하고 우리에게는 도통 무명인데다 프랑스에서조차도 그다지 이름높지는 않은 작가이다. 

그런 작가를 우리에게 소개한 저의는 무엇일까. 저자는 말한다. 알려진 작품이 없는 작가지만 84세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글을 썼으며 글쓰는 일에 평생 심혈을 기울여 왔다고 당당히 외쳤다고. 작품수가 적다고 하지만 그는 일생동안 글쓰는 일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작가임이 분명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가 쓴것은 무엇이며 발표할 작품을 쓰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그렇게 쓴것인가? 야망은 있었지만 능력의 무족으로 평생 좌절감에 시달렸던 작가.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은 자신의 일기인 문학일기이다. 65년동안 그가 쓴 방대한 일기를 통해 문학과 작가에 대한 개념을 재조명해 보기위해 썼다고 한다.  

평하자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책이었다. 무명의 작가가 평생을 살면서 느낀 고뇌. 열망은 있으나 재능은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앞에서의 좌절감. 그럼에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작가로써 살고 싶은 심정. 경제적인 어려움속에서 글을 쓴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이 필시 작가로써가 아니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다지 멀지 않은 얘기로 다가온다.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 희생한 것은 무엇이며 자신이 되고자 했던 존재로 생을 마감한 한 늙은 작가의 얘기가 가슴에 묵직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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