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생활자 -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
유성용 지음 / 갤리온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틀새 두권의 책을 읽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오! 수다와 여행생활자다. 여행기에는 보통 두종류가 있다. 그저 즐겁게 먹고 보고 즐기자는 쪽과 여행에서 뭔가 거시한것을 하나 건져야 한다는 쪽. 오! 수다는 전자의 전형이요. 여행생활자는 후자의 전형이랄수 있겠다. 작가의 인생에 대해서 모르니 뭘 함부로 평하기는 참 많이 망설여지지만 뭐가 그렇게 사는게 힘들고 막막하기만 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세상이 다 들떠서 가자. 바다로. 산으로를 외치는 이 여름에 오지중에 오지, 산간마을중에서도 깊은 산간마을만 찾아가서 추위에 벌벌 떨면서 인생의 외로움과 삶의 괴로움을 목놓아 외치는 이 책은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아마도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읽는다면 다른 감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여름휴가때 먹고 놀 생각으로 가득한 머리속에서는 인생 뭐 별거 있다고 이렇게 몸부림치냐?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게다가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현실에 너무 단단히 자리잡고 있어서 여행에서 느껴지는 자기 성찰을 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다. 오지여행가들의 책도 많이 봐왔지만 이 작가처럼 고뇌에 몸부림치며 돌아다닌 사람의 책은 보지 못한탓에 더더욱 멀게 느껴진다. 개인적인 느낌인지 모르지만 오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보며 그가 느끼는 감정들이 자기보다 못한 자들에게서 얻는 위안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서 더더욱 그렇다. 나는 위를 보며 자학하는 사람들도 싫지만 아래를 보며 안도하는 사람들도 역시 싫으니까. 책 전반에 쓸쓸함이 가득 배여있는 책이다. 내용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오지의 생활들에 대한 설명도 그 사진들도 다 마음에 들었다. 단지 그의 쓸쓸함에 동조할수가 없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어딘지 서먹한 감정을 지울수가 없었을뿐. 아마도 가을이 되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른 감정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여름. 이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여름의 태양은 우리에게 애수를 허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