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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철학자 - Three Ducks & A Philosopher
우애령 지음, 엄유진 그림 / 하늘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을 전공한 자신의 남편을 철학자라 칭하고 자신을 (감히!!) 크산티페라 칭하는 그 아내분께서 남편인 철학자의 세상 사는 됨됨이를 적은 글이다. 소크라테스가 그리도 유명한데는 필시 그아내인 크산티페도 한 몫을 단단히 하였을것이다. 남들이야 크산티페를 욕하겠지만 막상 그녀의 입장이 되어보라. 남편이라는 작자가 일은 안하고 하루종일 광장 한가운데서 수다만 떨고 있다면 열받지 않겠는가? 네 자신을 알라는 말에 그래, 니 자신을 좀 알아봐! 라고 고함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주인공인 철학자가 소크라테스만큼 무능하지는 않았을것으나 도대체 무슨 철학논문같은걸 연애편지랍시고 보낸온 분과 살아온 세월이 그닥 녹록하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래도 그 세월속에서 악녀라는 평이 아니라 책 한권을 건졌으니 그 시간들이 다 헛것은 아니다. 물론 대대손손 이름을 떨친것에는 크산티페를 따라갈수 없으나 이것은 본인의 내공이 크산테피에 떨어지는것이 아니라 철학자의 유명도가 소크라테스를 이기지 못해이다.
길에서 주워온 오리를 도시의 삭막한 인심에 쫓겨 시골에 두고오고는 눈물짓는 철학자의 순수한 심정이 참 귀엽고, 막내가 자기도 철학도가 되겠다는 말에 신이나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별 가진 재주가 없어서 그렇다는 대답에 기죽고, 유학시절 아버님이 집에서 뭐하시냐는 유치원선생님의 질문에 과감하게 Nothing을 외치더니 그래도 뭐 하실거 아니냐니 Sleeping을 외치는 큰 아들은 또 얼마나 귀엽고 솔직한지. 그 지루하다는 철학자인 남편을 오랜시간 묵힌 결과 이렇듯 재미있는 책 한권을 세상에 떡 하니 내놓은 철학자의 아내분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