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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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정말 가끔씩 허용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 있다.

내 자신이 완전한 타인이 되어 다른 시간과 장소를 거닐고 전혀 다른 감정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그 소름 끼치는 순간. 누구나 최소 한 번 이상은 꿈꾸는 그 순간. 나는 잘 짜여진 단편소설을 통해 그 찰나이지만 황홀한 순간을 만난다. 단편소설의 압축된 압축된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삶을 짧고 강렬하게 살아갈 수 있다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바로 이러한 소설들로 반짝이는 소설이다.

젊은 작가상 수상소설집에서 만난 단편 ‘쇼코의 미소‘도 수작이지만, ‘먼 곳에서 온 노래‘는 십여년 전 김연수 작가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을 처음 읽었던 순간을 연상케 하는 번쩍이는 순간을 주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가다 작품 중반부터 다시 심호흡하며 맨 처음 문장부터 한구절 한구절 꼭꼭 씹어보며 읽어가는 즐거운 경험. 당시부터 찾아 보게 된 김연수 작가의 지금까지의 빛나는 성취를 마주한 나로선 최은영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와 응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잘 짜여진 단편이 가져오는 마법과 같은 순간을 맛보게 해준 훌륭한 작가를 만났다.

젊은 작가상 수상소설집에서 읽고 지나칠뻔 했던 이 작가를 다시 돌아볼 기회를 준 BY에게 특별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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