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주류경제학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은 도처에서 감지된다. 선풍적인 판매고와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도 그러하고, 이번에 출간한 장하준 교수의 저작도 그러하다. 모든 경제학과 학부생들이 가슴에 품고 다녔을 <맨큐의 경제학>이 대표하는 주류 경제학의 위세는 여전하지만, 새로운 방향의 경제학을 위한 모색은 여러 방향으로 진군중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출간된 책은 칼레 라슨의 <문화유전자 전쟁>인데 이 것도 읽어볼 만 하리라. <21세기 자본론>은 드디어 번역이 완료되어 9월 중 출간 예정이라 한다. 번역의 질은 추후 확인해 보아야 하니 이는 차치하고, 이미 이준구 교수의 서평을 읽어보고선 안달난 마음을 달래줄 희소식이다.
사실, 이러할 것이다라는 엄밀하게 증명되지 않은 Principle로 점철된 경제학의 기본 전제에 대한 의심은 한 두 세대의 일은 아니다. 이러하기에 심리학과 진화론 등을 경제학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고, 그것들에 관한 책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도 그러한 의구심의 발로일 터.
다만, 여기서 소개한 이 모든 책들이 번역서임이 마음에 걸린다. 장하준 교수야 뿌리는 한국이라 하여도, 학문을 펼치는 곳은 영국이니, 실상 그의 저작물은 결국 영국 경제학계의 저작이 아닌가. 나름 경제순위에서는 수위권인 한국이지만 경제학의 경우에는 변방이라면 변방일텐데, 변방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문제의식과 시각이 나오기는 커녕 주류 경제학의 식민지 꼴로 돌아가고 있는것이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소중화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안타까울 뿐.
과문해서일지 모르지만, 우리 학계에서 새로운 밭을 가셨던 분들이라 하면, 박현채, 정운영 선생 외 누가 있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