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을 팝니다 - 여행과 관광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엘리자베스 베커 지음, 유영훈 옮김 / 명랑한지성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긍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설레임, 푸른 바다, 비행기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그런데 이 책 『여행을 팝니다』는 그런 감상적인 관점이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 여행을 분석, 비판하고 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해서 다 읽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지만,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 측면에서 매우 유익했다. 앞으로는 여행을 할 때 단순히 내 즐거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국민 생활이나 환경에 미칠 영향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겠다.
책 속에서
여행기 필자들은 자신이 취재하는 바로 그 곳에서 무료로 교통과 숙박, 음식, 오락을 협찬받는 상식적이지 않은 관행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것은 다른 모든 언론 분야에서는 금지된 일이다. 그 결과, 여행 관련 매체는 대체로 유순해졌다. 그들은 자신이 다뤄야 할 관광산업에 오히려 편입되어 대중에게 큰 그림을 보여 주지 않았으며, 어느 산업에나 있기 마련인 문제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막았다. 그리고 여행과 관광을 심각하지 않은 주제로만 남겨 놓았다.
저개발국은 반드시 도박을 멀리해야 한다는 보편적 지혜를 캄보디아는 거슬렀다. 아시아 국가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도박은 문화와 엮이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행운의 여신에게 쉽사리 자신의 미래를 걸곤 한다.
비즈니스 모델로서 유람선산업은 괄목할 만했다. 미국만 놓고 봐도 400억달러 규모의 산업이며, 세계 관광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유람선이 미래다.
하지만 편법과 법률 회피에 따르는 심각한 부정적 측면이 있었다. 육지의 리조트와 호텔은 하수도와 하수 처리 시설 설치가 강제되지만 유람선은 연방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그 결과, 승객과 승무원 수백만 명이 바다에서 밥을 먹고 배변하고 샤워한 더러운 오수가 유람선의 항적을 따라서 그대로 버려졌다. 또, 외국의 항구에 떼 지어 내린 유람선 승객들은 해변과 광장을 꼴사납게 점령하며 많은 현지인의 원성을 샀다.
내가 두바이에 도착한 날 밤에 느꼈던 몰장소성은 모두 사업적 계획의 일부였던 것이다. 두바이에서 당신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이곳은 결국 관광객의 놀이터다. 그리고 자원 낭비와 환경 비용 계산이란 단어는 두바이의 사전엔 없다. 두바이 산업의 규칙은 규정과 제약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여행의 핵심은 널리 알려진 대로 헤픈 소비에 있다. 비용 걱정은 없다. 우리 시대의 극심한 이상 기후는 이러한 소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두바이의 관광 성공담을 만들어 낸 밑바탕은 큰 틀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두바이와 아랍에미리트는 지구를 위협하는 과소비의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