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평점 :
지극히 '알랭드보통'다운 책이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뭍어나온다.
책 후반부에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아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몇 년전 혼자 아를에서 걷고 또 걷던 기억이 나서 뭉클해졌다.
책 속에서.
숭고한 장소는 일상생활이 보통 가혹하게 가르치는 교훈을 웅장한 용어로 되풀이한다. 우주는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의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수밖에 없다는 것.
이것이 사막의 돌과 남극의 얼음 벌판에 쓰인 교훈이다. 이 교훈은 아주 웅장하게 쓰여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장소에서 우리를 초월한 것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그러한 장엄한 필연성에 복종하는 특권을 누리고 돌아올 수 있다. 경외감은 어느새 숭배하고 싶은 욕망으로 바뀌어갈 수도 있다.
우리가 그림에서 얻을 수 있는 도 하나의 이득은 어떤 풍경이나 건물에 이끌리는 이유를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우리의 취향에 대한 설명을 얻게 되며, '미학', 즉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생기게 된다.
혼자 여행을 하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어버린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하여 특정한 관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어떤 측면이 나타나는 것을 교묘하게 막을 수도 있다. "나는 당신이 고가 횡단 보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그들은 그렇게 위협적으로 주장할 수도 있다. 동행자에게 면밀하게 관찰을 당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한느 일이 억제될 수도 있다. 또 동행자의 질문과 언급에 맞추어 우리 자신을 조정하는 일에 바쁠수도 있고, 너무 정상으로 보이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호기심을 억누를 수도 있다. 그러나 3월의 어느 오후 중반에 해머스미스에 홀로 있으니 그런 근심이 없었다. 나에게는 약간 괴상하게 행동할 자유가 있었다. 나는 철물점의 창문을 스케치하기도 했고, 고가 횡단 도로에 대한 '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