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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은 위험해 ㅣ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문근영은 위험해'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목차를 살펴보고는 더 뜨악. 목차가 노래 제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근데 그 코드가 묘하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아티스트더란말이지. 벨앤세바스찬, 장기하와얼굴들, 트래비스, MOT, 그리고 결정적으로 The Gossip. 그때부터 느낌이 왔다. 이 책은 바로 나를 위해 쓰여졌구나.
세 명의 루저들이 '문근영'을 납치하는 내용인데, 스릴과 긴박감 따위는 전혀없고 시종일관 유머가 가득하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기승전병>의 구조. 즉, 병신같은 결말 혹은 병맛 전개를 하는 서사구조라 할만하다. 중간중간 인터넷 신조어가 난무하고 주석을 달아 그걸 해석해주는데 이 소설의 매력포인트가 바로 이 주석에 있다고 하겠다.
작가는 B급 문화와 오덕의 세계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어, 작가 본인이 오덕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그동안 나만 몰랐던 재미난 세계가 많았다는 깨달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나중에 꼭 찾아봐야지 하면 적어둔 '아베 타카카즈의 명대사와 엉덩국의 웹툰, 미트스핀과 빌리 헤링턴 등등'
책을 읽으며 아련히 웹하드 업계에 종사하던 시절 '김본좌 사건'에 슬퍼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다음 생애에선 꼭 고스로리로 살아봐야지 이런 병맛 상상에 빠지기도 하며 혼자 히히덕거리며 즐거워했다. 아.. 임성순 작가님 꼭 만나서 책에 싸인받고 싶어 ㅋ
<책 속에서>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대사. 시트콤임에도 두 주인공이 죽는 충격과 공포의 결말로 화제가 되었다. 비극적 결말의 충격만큼이나 그 충격적인 결말로 가는 과정의 뜬금없음 때문에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대사와 함께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고 멈춘다. 그리고 감동의 여운이고 나발이고, 사정없이 뜨는 카페 베네의 로고는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하여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엔딩곡인 김조한의 'You are my Girl'과 흑백화면으로의 전환, 그리고 카페 베네 마크는 차라리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하는 순간을 패러디하는 데 쓰이게 된다. 이를테면 어이없이 끝나 버리는 코리안 시리즈의 마지막 순간이나, 월드컵 16강에서 모 축구선수의 결정적인, 그러나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슛의 순간이나, 결국 추락하는 나로호의 발사 순간 등을 패러디하는 데 쓰였다. 그 외에도 수습할 수 없는 전개를 마무리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아주 예외적으로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안 되는 상황 자체를 패러디하는 코믹 코드로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