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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만으로 살아보기 -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한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
데이브 브루노 지음, 이수정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소비주의를 지탄하는 뻔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없이 읽은 책인데, 의외로 괜찮은 메시지들이 곳곳에 숨겨져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솔직히 저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00개만 갖고 살아보겠다고? 이걸로 유명해지려고 잠깐 쑈하는거 아닐까?' 이런 생각말이다. 근데 천천히 글을 읽다보니 차차 저자의 의도와 정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100개만으로 산다는게 나에겐 너무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노력해보려고 한다. 돌아보니 나의 방에는 정작 내가 쓰지 않는 물건으로 가득차있다. 물건이 주인이 아닌 내가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부모와 함께 살다가 독립해서 가정을 꾸리느라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가 특히 그렇다. 물론 그들도 물건을 사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내 삶에서 깨닫게 된 사실이기도 하고, 결국은 이 도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사실이 있다. 그런 구매에는 멈춤이 없다는 점이다. 아내와 함께 가정을 꾸릴 즈음 나는 언제나 무언가를 더 많이 사고 있었다. 가정을 새로 꾸미는 일은 결코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새로 꾸린다는 말이 마치 끝없는 반목과 멈추지 않음에 그 의의가 있기라도 한 듯......
우리는 근본적으로 성취할 수 없는 소비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스스로를 빈곤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내가 목공 장인이 되고 싶어 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어떤 한 가지 기술에 통달하고 싶었던 바람 때문이다. 살아오는 동안 나는 어느 한 가지 기술을 제대로 익힌다면 안정과 만족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목공 장인이 되었다해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사업가로서 등등의 내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죽기 전까지 내 역할은 끝날 수 없다. 하지만 어찌 됐든 어떤 기술 하나를 통달한다면 내 삶에 만족과 직결되는 보람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우리 힘으로 통달할 수 있는 기술이 하나 있다. 아니, 최소한 통달의 근처까지는 가 볼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완벽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만족을 찾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그건 행동이 아닌 상태의 기술이다. 아무리 노련하고 아무리 가진 게 많아도, 발전을 이루기 위해 최고가 될 필요까지는 없는, 보통 사람이 되는 기술이다.
'쓰는 게 남는 것'이라는 최근의 세태 속에서 교활하기까지 한 기발한 영업 아이디어가 생겨났으니 이른바 '구매 후 할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구매한 물건을 만든 회사가 우리로 하여금 진짜 돈을 쓰게 만든다. 그러면서 말로는 우리에게 돈을 준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미국에서 가장 큰 통신업체인 AT&T를 통해 이걸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