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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건조한 문체와 강렬한 내용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전쟁 상황 속에서 점차 강해지는 쌍둥이형제에 대한 내용인데, 감동적이기 보단 처참하다. 책을 읽으며 '어떻게 인간이 이럴수가' 하는 장면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한편으론 주변 상황이 쌍둥이 형제를 그토록 메마르게 한것같아 공감이 되기도 했다. 책은 꽤 얇으나 그 안의 내용은 참으로 묵직하다. 늦게나마 아고타 크리스토프란 위대한 작가를 알게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 구절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 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를 닮았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저씨도 아다시피, 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우리는 아직 아저씨처럼 어른이 아니라두요.
우리는 할머니에게 그들의 말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할머니가 말했다.
- 내가 어떻게 너희들을 가르치겠니? 선생도 아닌데.
우리가 말했다.
- 간단해요, 할머니. 할머니는 우리에게 종일 그 나라 말로만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결국 알아듣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