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평역에서 ㅣ 창비시선 40
곽재구 지음 / 창비 / 198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조곤조곤 잘 쓴다.
간이역들 가득한 목포에서 순천까지 경전선 철로처럼
시인은 풍경들 아쉬워 하나하나 쓰다듬어 간다.
저 나무들 하나에도
저 구렁 하나에도
괭이를 끌고가는 허리 굽은 할매도
다들 눈물자욱 하나씩 가지고 있기에
따순 사람들 하나씩 만나고 가려니
포구에는 무던히도 들렀으리라
각목들 타들어가는 드럼통 난로들 방파제마다 하나씩
새벽 고기잡이 돌아온 사내들 굳게 입다문 얼굴들
낯선 길손 만나면 그렇게 한 줌 자글자글한 선들이 되곤하니
그네 팔자 기차를 타고
바닷가를 떠돌고
사람들 눈물따라
절망을 따라
시인이어서 슬펐지만
슬픔을 찾으려 시인이 되었기에
우는 이들 이리 와 몸 좀 녹이게
비록 그네 몸 데우기 한참 모자라 샛바람 몰아치지만
나 깍고 깍은 한 가닥 글들 태우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