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명에 불친절한 이 시대의 처사 김훈이 책을 낸다. 놀랍게도 인터넷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결과물이라는게 전과는 다른 하나의 변화일까. 이미 바로 그 김훈이, 원고지에 직접 손으로 깎은 연필과 지우개로 꾹꾹 눌러쓰고 지우며 글을 써내는 그 김훈이 인터넷에 연재한다고 해서 화제가 되어버린 소설이기도 하다. 그가 인터넷에 연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문학계가 떠들썩해질 정도로 그는 이미 한국 문단에서 어느 지점을 묵직하게 채우는 작가라는 걸 우린 여기서 새삼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인터넷의 세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타 작가들과 같이 마냥 친절한 것 만은 아니다. 댓글도 없다. 그저 마치 그의 문장처럼, 그의 소설에서의 독백처럼 묵묵하게 연재를 채워갔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것 만으로도 독자들은 황홀하다. 그의 소설은, 아니 그의 문장은 그럴만하니까. 그가 뿜어내는 문장의 아루라에 이마 수십, 수백만 독자들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해왔으니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집필해오던 장편소설 작업이 지연되고 늘어져 인터넷 연재를 결심했다, 아직도 컴퓨터를 쓰지 못하는데 인터넷으로 글을 읽는 분들에게 다가가는 게 조심스럽다”며 “인터넷 독자들을 위해 특별한 배려를 갖고 있진 않지만 독자들이 제 방식대로의 문장을 따라오길 기대한다” 여전히 꼬장꼬장하게 살아있는 매운 그의 일갈이다. 좋다, 그의 문장이 가져오는 긴장감을 맛볼 수만 있다면 그정도 쯤이야.


 그의 이번 소설이 기대되는 것은 그의 본령인 기자가 주인공이란 점이다. 그의 기자로서의 역사는 전설과 같이 남아있다. 기사를 이렇게 쓸 수가 있다라는 걸 알게해준 기자. 수많은 후배기자들의 모방과 좌절을 이끌어낸 기자. 그 속에서도 밥벌이가 가져올 수 밖에 없는 피폐함을 긍정했던 직업, 그리고 그 비루함과 지겨움을 지나 자전거 타고 놀러다니고 글을 쓰러 떠나온 기자. 바로 그 기자가 주인공이다. 30년 가까이 언론사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김훈은 “세상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최전방에 자리잡은 사람들이 기자이기 때문에 주인공을 기자로 내세웠다”며 “내 개인적 체험과는 관련 없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기대할 것이다. 기자로서의 김훈의 체험이 찰라처럼 스쳐 지나가 엿볼 수만 있다면.

김훈는 사회부의 사건기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의 눈을 통해 사회와 인간 존재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논리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다. 그는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라며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라고 피력했다. 이 시대의 리얼리스트, 문장이 가지는 힘과 약점을 처절하게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그가 부르는 노래, <공무도하>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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