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사랑 오늘의 젊은 작가 21
김세희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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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선배의 웃음 가득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그건 내가 원하던 사랑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사랑은 다른 사랑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녀의 말과 몸짓은그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사랑에 관해서 썼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건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 서른이 넘은 나는 그 모래사장에서 처음으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가 말한 사랑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다른 사람들, 가족이나 친구들이 일러 준 나의모습을 받아들여 그것이 나의 특성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 수 없어졌다.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내가 원한다고 믿었던 삶이 나의 기질과 어울리리는지. 사람들의 시선과 모르는 사람들의 존경, 가상의 기대와평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살게 될까.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매사에 거리를 두고 유머러스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세련된 태도였다. 가볍게,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는 듯이.
누군가를 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더라고. 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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