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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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11 읽다

장강명의 노동경제 연작소설. 노동 경제라는 표현은 거창하고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연작. 소설집이었나 계간지에서였나 읽었던 ‘알바생 자르기’ 외에 새로 읽은 소설들.

단기 근로형태에 대한 ‘알바생 자르기’, 직장내 고성과자 저성과자 분류와 사직유도에 대한 ‘대기발령’, 구역별 강제 재개발에 대한 ‘사람 사는 집’, 청년 취업에 대한 ‘카메라 테스트’, 캠퍼스에서의 삶을 다룬 ‘대외활동의 신’, 인격까지 서비스해야 하는 서비스업 현실을 다룬 ‘모두 친절하다’, 유튜브 시대 작가와 뮤지션의 삶을 다룬 ‘음악의 가격’, 청소년 내부고발자와 먹고사는 삶의 부조리간의 조우를 다룬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모두 흠없이 훌륭하다.

특히 ‘음악의 가격’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도 녹아들어 있고 며칠 전 ‘저술’로 알려져 ‘강연업자’로 뜨는 요즘 지식유통구조가 빚어낸 부조리라 보이는 ‘일취월장’ 작가의 표절 이슈를 다른 각도로도 고민해 보게 한다.
다들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내서 읽어갈수록 마음은 무겁고 불편해 지지만 그래도 마지막 작품을 보면서 위로와 희망 같은 걸 발견했다면 오독이려나. 잘못 흘러가는 질서에 벽돌 하나씩 더 쌓아가는 세대로 진입해 가는 신세이지만, 어린 친구들의 고민과 노력에는 언제건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고 싶다.

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교육기관에서 경력 내내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안겨 준 건 함께 일하며 관계맺은 후배 학생들 뿐이기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고 김기자에게 책나눔으로 전해준다.

작가의 말 중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

377p~378p ‘새들은 나는게 재미있을까’ 중

그랬다. 시사 토론 동아리 최초의 토론 주제는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라는 문제였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진지해졌다. 하긴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유명한 철학 논문도 있다지 않은가.
그 최초의 토론으로부터 8개월이 흘러, 지금 나는 이렇 게 생각한다. 나는 게 새들에게 일상적인 일은 아닐 거라고, 비행에 최적화된 기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또 자주날아다닌다고 해서, 새들이 비행에서 별 감흥을 못 느낄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는 외려 새들이 날 때 상당한 기쁨을 맛볼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너무 어린 새나 늙은 새, 다친 새는 날 수없다. 많은 새들이 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때는 한정되어 있다. 놓칠 수도 있었던잠재력을 깨닫고 목적에 맞게 쓴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일 아닐까?
행정실장이 된 옛 교무 교감이나, 유체 이탈 화법을 쓴학생 교감을 보며 내가 왜 이마를 찌푸렸는지, 이제는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의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 사람은 대부분옳고 그름을 분간하고, 그른 것을 옳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것은 아니다.
행정실장과 학생 교감은 날지 않는 새들 같았다. 마지막으로 날아 본 게 언제인지도 모를 비둘기들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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