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가족과 함께 부모님 계신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 여행길에 읽다. 내 고향에 가는 일이 이젠 여행이 되어 버린 서울 이주민의 입장에서 삶이 곧 여행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글이 낯설지 않다. 한달여 남짓 여태껏 내 삶에서 가장 긴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인지도 모르지만, 아주 긴 시간을 두고 이야기 하고 싶을만큼 글이 좋다.

어제, 우연한 자리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조직의 내부외 외부를 잇는 일이다 보니 어느 조직이든 흔히 범하기 쉬운 자기확신의 오류를 끊임없이 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말했다. 개인이나 조직, 나아가 생명, 생태계는 다양성을 통해 단일성이 가지는 오류와 절멸을 막고자 한다. 이는 낭비가 아니라 보험이자 가치있는 투자다. 그런 관점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 확보 수단으로 여행을 바라 볼 수 있다.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이.

오늘 읽은 어느 기사에서 ‘잡초는 씨앗의 껍질의 두께를 다양하게 만들어 어느 한 해에 싹이 다 트지 않도록 한다. 만에 하나의 위험을 분산시킨다. 자연은 의미 없는 일을 하지 않듯이 이러한 다양성은 낭비가 아니다’. 라는 구절을 보았다. 여행도 이와 같으리.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상은이 노래로도 전했던, 삶은 곧 여행이라는 오래된 경구가 말하듯 우리는 태생이 곧 여행자이다. 고향에 돌아 가는 길도, 오래되고 익숙한 그 곳에 가는 귀향이란 말도 종국에는 여행이란 범주 외에 어느 범주가 대체할까.

ps. 인용한 bbc earth의 추적자 유튜브 영상을 보고 또 많은 생각이 든다. 코멘터리의 내용에서 읽고 있는 다른 진화관련 책들 이야기가 이어진다. 추적자 형태의 사냥을 위해 초기 인류는 직립하고(사족보행보다 이족보행이 오래달리기에 적합), 두 손을 쓰고(장기 추적에 필요한 물이나 음식, 도구를 가지고 다니기 적합), 털이 없어지고(땀을 빠르게 식혀 과열방지), 추상적 사고에 익숙해지고(추적대상 관점으로 이동경로나 추적표지를 탐색), 언어와 조직적 분업을 익힌다(추적을 위한 정보전달과 역할 분담). 더불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 등을 통해 그들 선조의 정체성을 찾기를 희구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왜 마라톤이 올림픽의 피날레를 차지할 가치가 있는지 고대 그리스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간 시점에서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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