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산에 가지 않았다 1 - 한 심리학자의 개구리소년 추적기
김가원 지음 / 디오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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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았던 전대미문의 사건이 있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11년의 세월이 흘러 소년들은 유골이 되어 돌아왔다. 왜 아이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사건의 내막은 무엇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상처를 덮어버린 눈처럼 세월은 흘러흘러 이제 개구리 소년 사건의 공소 시효는 몇 달만 지나면 만료된다.

'아이들은 산에 가지 않았다'는 이 사건의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실화 소설이다. 저자는 카이스트의 심리학 박사로, 실제로 12년동안 개구리 소년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렸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조사와 추적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펴냈으며 결론적으로 그것은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리기보다 죽은 '아이들'의 혼이 세상을 향해 무엇을 토로하고 싶은 것인지를 알리고자 했다. 작가는 말한다! '아이들은 결코, 산에 가지 않았다!'

이 소설은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긴박하게 진행된다. 문체도 간결하고 사건 진행은 엄청 스피디하다. 심리학에 능통한 저자는 고차원적인 지식과 가설들을 내세우며 사건의 내부를 칼날처럼 파헤치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제껏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던 놀라운 '사실'들을 내놓는다. 그 과정이 너무나 치밀하고 한치의 빈틈도 없어, 추리와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탄성마저 나올 것 같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여러 가지 의혹들과 그것에 대한 작가의 기상천외한 해석들은 섬뜩한 공포마저 느끼게 한다.

작가는 다섯 아이들을 납치, 살해하고 유기한 범인이 놀랍게도 다섯 아이들의 아버지 중 한명이라는 충격적인 가설을 던진다. 이 놀라운 가설은, 그러나 작가의 치밀한 논리와 추리가 뒷받침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무엇인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새삼 환기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집단 무의식과, 대중 매체의 힘, 그리고 범죄가 은폐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배경들이 결국 사건의 진실을 안개처럼 덮어버린 것이다. 올바른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사건' 후 남겨진 이들의 '우매함'이 사건에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미궁을 만들고 그 안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도롱뇽 알'을 잡으러 간다고 했던 아이들은 묘하게도 '개구리 소년'이라는 엉뚱한 이름으로 뒤바껴졌고, 그들은 처음부터 '산'에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산으로' 올라갔다고 공공연하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작가는 비단 '개구리 소년'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에만 사명을 가지는 것이 아닌 듯 해보였다. 그는 이 미궁의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범죄'에 대해 얼마나 우매한 접근을 하는 지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죽은 이들, 즉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건의 중심부로 목숨을 걸고 뛰어들기를 거부한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개구리 소년'이 실종되었을 때, 그 사건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논리적, 이성적으로 대처를 했더라면 비참한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책은 다양한 증거와 가설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러한 메시지를 떠나서- 치밀한 퍼즐게임과도 같은 재미를 읽는 내내 선사하고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흡입력이 엄청나다. 한편의 공포소설,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흥분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때문에 공포소설, 추리소설 팬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책임에 틀림없다. 또한 작가의 방대하고 깊은 지식을 통해 모든 가설들의 논리성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성과 현장성마저 부여하고 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진실에 도전하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아이들은 정말로 산에 간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진실은 정말로 무엇일까!

전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든 '개구리 소년' 사건이지만- 이 책은 이제껏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시각으로, 추리로,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에게 정의와 진실을 바로볼 줄 아는 눈이 없다면 이러한 비극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이 독특한 가설과 수사방법이 아마도 충무로 제작자들을 유혹했나보다.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살인의 추억'처럼 잘 빠진 영화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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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2006-01-0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자님의 까페에 가입해서 이 책 내용을 봤었는데...지금은 책으로 출판되서 글을 삭제하셨더라구요. 영화화 된다니,기대해볼만하겠네요..

살인교수 2006-01-0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정말 기대됩니다~ 살인의 추억 만큼만 잘 만들기를....

히피드림~ 2006-01-0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잖아도 이 책에 관심이 있었는데,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살인교수 2006-01-0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스릴러 팬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엄청난 가설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엄청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