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2004)

 

감독 : 오이아치 마사유키

주연 : 사토 코이치, 타카시마 마사노부, 호시노 마리, 마키 요코, 키무라 타에, 하다 미치코, 사노 시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충격적 라스트!

 

경영 위기에 빠진 병원. 많은 환자가 위기에 빠지는 일상이 건물에 배어 있다. 건물의 노후화와 경영위기가 겹쳐 최소한의 약과 비품도 보급되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거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라 있다.

 

그러던 중 의료사고가 발생해 환자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의사들은 병원을 위해서도 자신들을 위해서도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한다. 몇몇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결국 시체 은폐에 다들 동참하게 된다. 자의든 타의든. 마음 속 진심이야 어떻든.

 

그런데 시체 은폐의 과정이 아카이 의사에게 들키고 만다. 아카이 의사는 기괴한 인물로 모두가 기피하는 대상이다. 그는 의사들이 범죄 은폐를 모의할때 옆방에서 자고 있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가 그들의 범죄 사실을 모두 엿들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카이 의사의 이상한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카이가 제의하는 것은 괴상한 환자 하나를 연구해보자는 것이다.

 

괴상한 환자란 의문의 병에 걸린 환자인데 죽기 직전인 상태다. 그는 녹색의 피를 흘리고 있었고 내장이 완전 파열된 상태다. 하지만 그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웃고 있었다. 그는 곧 완전한 죽음을 맞이 하지만 잠깐 방심한 틈을 타 그 시체는 사라진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시체를 찾고자 병원 내를 샅샅이 살핀다. 그러나 시체는 찾지 못하고 대신 더욱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간호사들이 차례차례 녹색의 피를 흘리며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 기괴한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내고자 고군분투하지만 감염은 더욱 확산되고 마침내 어두운 병원은 컴컴하고 피비린내나는 지옥의 현장이 되어간다. 다들 미쳐가는 가운데 살아남은 의사는 최후까지 감염의 원인을 찾고자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충격적인 비밀이다.

 

이 작품 <감염>은 조금 특이하게 병원에서 일어나는 괴담을 다루고 있다.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둡고 기괴하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한계에 다다라 있는 병원과 병원 내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감정은 억눌려 있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하다. 그런 와중에 의료 사고가 발생하고 연이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녹색 피의 환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악몽같은 밤이 시작된다.

 

영화의 초반 분위기는 시종 어둡고 답답하고 무겁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긴장감이 계속해서 팽팽하게 유지된다. 다양한 인물 군상들, 의사와 간호사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과 문제, 압박과 스트레스 등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내재되어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초반 30분의 흐름 조차도 시한폭탄의 초침이 돌아가는 것 모양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감염>은 역시 일본 호러다, 라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물론 <링> <주온> 같은 거물의 탄생을 기대하고 본다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아무리 호러 강국인 일본이라 해도 그런 세기의 작품들을 붕어빵 찍듯 계속 찍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꽤 신선한 스토리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그 외 폭발할 듯한 시한폭탄의 긴장감을 멋지게 조율해내는 감독의 연출력이 탄탄하다. 주연, 조연들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력도 한몫 단단히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 안고 있는 문제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문제가, 기막히게 얽히면서 치밀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순간순간 섬뜩한 장면들도 많은 편이다. 특히 초반 30분 후 한 명씩 감염되어 가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으스스했고 그것은 꽤 노력을 기울인 창조적인 공포였다.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백미는 충격적인 라스트의 반전이다. 병원 전체를 끔찍한 죽음으로 몰고간 감염의 정체와 맞닥뜨리는 라스트는 각본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각본은 이미 헐리웃에서 사들인지 오래고 리메이크 결정과 함께 제작에 착수했다고 한다. 역시, 일본 호러는 파워가 대단하다!

 

전체적으로 호러 매니아라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단, 초반의 지루함을 못 버티겠다거나, 이런 식의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의 호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팝콘호러'나 찾아보길 권한다. 이 작품은 지극히 일본 호러적인, 조용한 가운데서 순간순간 폭발하는 그런 류의 공포영화이다! 라스트의 전율적인 반전은 인간에 대한 묵직한 고찰을 던지며 오래도록 여운이 남게 한다!

 

참고로 이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사토 코이치는 오다 유지 주연의 <화이트 아웃>에서 열연한 바 있는 중견 배우. 그리고 기괴한 캐릭터 아카이를 연기한 사노 시로는 무수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친 일본의 베테랑 배우다.(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은 '트릭' 2기에서 가짜 초능력자로 분한 것. 그 에피소드에서 그는 "쫀~"을 늘 외치고 다녔다)

 

 

p.s. 이 작품 <감염>은 작년에 일본에서 <예언>이라는 영화와 동시 상영되었습니다. 일종의 프로젝트 무비였던 셈. 부럽습니다. 공포영화 두 편을 동시상영하는 이런 식의 프로젝트. <예언>은 <주온 2>에서 주연을 맡은 사카이 노리코가 주연을 한 공포영화로 일본의 인기 만화 '내일 신문'을 원작으로 한 작품. 다음에는 이 작품 <예언>을 리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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