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작가가 천재라는 것에 필자는 판돈 전부를 내걸 자신이 있다.

그의 놀라운 상상력은 상상으로서의 상상을 넘어선 신비한 힘이 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그는 신의 예지력을 가진 타고난 천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60년대에 이러한 소설들을 써냈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초능력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능력자의 능력에 버금가는 능력의 소유자임은 인정해야 한다. 필시 그는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이며 획기적인 논문의 소유자 일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타고난 천재에다 후천적으로 방대한 지식까지 습득함으로서 신과 내통하는 예지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나비 효과'와도 비슷한 과학적 이론에 그는 탁월한 재능과 감각을 지녔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는 그가 활동하던 당시의 국제정세와 과학적 지식들, 그리고 사회와 우주 전반의 문제들까지 완전히 섭렵한 후 그것들이 빚어내는 크고작은 파장효과들을 정확하게 예측해 내고 그것을 소설에 투영했던 것이다.

여덟편의 단편들은 모두 그러한 그의 예지 능력에 기인한 예언 리포트인 것이다.

그는 40년 후, 혹은 그보다 더 미래의 일을 신기할 정도로 맞추어 내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 정체성 혼란과 이중 자아에 시달리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표제작 '마이너리티 리포트'만 보자.(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사실 영화와는 상당부분 틀린 이야기다. 또한 영화의 각본상에는 무수한 오류가 있었지만 이 단편에는 일체의 오류가 없는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하지도 않은 살인에 좇기는 주인공 엔더턴은 곧 오늘날 현대인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대변하는 것이다. 무수한 자아의 혼돈과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 위기 등을 그는 40년도 전에 이미 예언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퍼키팻의 전성시대''완벽한 대통령'등이 인상적이다.

'퍼키팻의 전성시대'는 인터넷 아바타, 게임 캐릭터 등에 빠져 현실을 잊고 사는 젊은이들의 작금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현실을 잊고자 '퍼키팻'이라는 인형 캐릭터를 자식처럼 키우며 그것에 삶 전부를 빼앗기고 사는 사람들은 결국 '정체'와 '안주'가 아닌 '성장'과 '시련'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완벽한 대통령'은 로봇이 완전무결한 판단과 지휘를 맡는 정치사회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우주모선의 침략을 받게 되자 로봇 시스템이 마비되고 그로 인해 로봇 대통령의 대리인(인간)이 임시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한 명의 인간이 정치의 대표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정하고 모자람이 많은지를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그의 판단은 대부분이 감정적이며 성급하다. 그는 제 멋대로 폭격을 명령하고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결국 시스템이 복구되고 로봇이 정치를 맡게 되자 다시 사회는 안정을 되찾는다. 이 작품을 읽으며 필자는 오늘날 국내 정치는 물론 미국, 세계 정치 전부를 생각하게 되었다. 40년을 넘나드는 천재의 조롱이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스위블''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나이''우리라고요''물거미'그래 블로벨이 되는거야' 등의 작품에서 인간의 정체성 혼돈과 시스템 오류의 아이러니는 끝없이 재기된다.

SF가 부재인 나라에서 이 책은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책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러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작품을 국내에서 기대하기란 무리일 듯싶다. 국내 SF는 아직 초보단계에도 올라서지 못하는 실정이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미이다. 재미가 결여된 미래 리포트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그것은 동서고금, '소설'의 기본 덕목이자 진리이다!

흥미도 - 3.8

작품성 - 4.5

종합평점 - 4.15 (5점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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