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 - [초특가판]
웨스 크레이븐 감독, 니브 캠벨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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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 Scream - 웨스 크레이븐

모두가 범인이 될 수 있고 범인이 아니라면 희생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기막힌 상황!

1996년 12월 첫째주에 개봉해서 무려 27주간 박스오피스 10위권내에 머물며 1억 3백만불(전세계적으로 1억 8천만불)이라는 경이적인 흥행을 기록한 90년대 최고의 호러무비.

<스크림>의 탄생은 분명 호러영화사에 큰 사건이었다.

<스크림>은 96년 만들어진 이 후 무려 2년 반이 지난 99년 2월에 국내에 개봉이 되었다. 10대들의 이유없는 살인이라는 것과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이유로 몇 차례나 심의에서 반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국내 호러영화 팬들사이에선 그 궁금증이 극에 달하게 되었고 굉장히 무서운 영화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필자의 경우 <스크림>의 더딘 개봉에 울화통이 터져 미국의 아는 사람을 통해 원판 비디오를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스크림>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소문만큼 그렇게 무서운 영화도, 심의가 수차례나 반려될 정도로 잔혹한 영화도 아니었다. 하지만 <스크림>은 아주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임엔 틀림없었다. 적어도 역대 호러영화를 논할때 절대로 빠져선 안될 걸작임은 확실했다.

<스크림>은 공포영화에 대한 공포영화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뛰어난 점이다. 무수한 걸작공포영화들을 언급하면서 그 영화들이 범했던 모순과 오류들을 교묘하게 역이용한다. 천재 작가 캐빈월리엄스가 3일만에 완성했다는 각본은 완벽했으며 시종일관 독설과 유머로 눈부시다.

74년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은 당시 전세계를 혼동에 빠트렸다. <드라큐라>와 <엑소시스트>로 대표되던 호러무비사에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의 탄생은 일대 혁명이었다. 오컬트 장르가 주축이 되어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고급호러무비를 지향해왔던 그때까지의 공포영화사에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은 상당히 불쾌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5명의 젊은이들이 우연히 머무르게 된 텍사스의 낡은 저택에서 한명씩 잔혹하게 죽어간다는 단순하고 끔찍한 설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은 개봉과 동시에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평단으로부터도 찬사를 받았다. 기존 호러영화의 귀족주의를 철저히 배제한 이 작품은 카메라를 변두리의 하층민에게로 돌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면을 쓴 엽기적인 살인마가 등장해 기계적으로 젊은이들을 죽여간다는 설정과 최후의 생존자가 여성이되어 살인마와 오랜 사투를 벌인다는 등의 기존의 공포영화에 없었던 새로운 법칙들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바로 슬래셔 무비의 탄생이자, 확립이었다. 고정관념을 깨트린 것이다. 그것은 78년 <할로윈>의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80년 <13일의 금요일>, 84년 <나이트 메어>가 개봉된 이 후 그 아류작들이 정말로 질리도록 만들어졌고 그것은 마치 팥없는 붕어빵처럼 실속없이 대량으로 찍어내졌다. 90년대 초반, 마침내 포화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슬래셔 장르는 자멸해버리고 말았다.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다. 가면을 쓴 멍청한 살인마는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했으며 관객들은 감독의 속임수에 속지 않게 되었다. 이를테면 술에 찌든 방탕커플들은 제일 먼저 표적이 되었고 살인마가 나타날 것이 뻔하지만 언제나 문을 열곤 했다. 가슴 큰 미녀들은 멍청하게도 계단위로 도망을 쳤으며 죽었다고 안심하는 순간 살인마는 두,세번 정도 더 일어났다. 호러매니아들은 슬래셔무비에 야유를 보냈으며 공포영화는 완전히 죽어버렸다. 89년까지 줄기차게 만들어졌던 국가대표 호러영화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마저도 9편에서 맥이 끊어졌다. 아무도 호러영화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그 암흑시기에 젊은 호러영화광 캐빈윌리엄스의 머릿속엔 기가막힌 스토리가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스크림>은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이 그랬듯이 공포영화의 일대 반란이었다. 고정관념을 다시한번 무너트린 것이다. 이 영화에서 기존의 슬래셔무비의 익숙한 공식들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살인마는 문뒤가 아니라 등뒤에서 기습적으로 나타나며 언제나 관객보다 한박자정도 앞서있다.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리는 작가의 천재성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밤중 전화를 받은 케이시는 낯선 이로부터 공포영화에 대한 퀴즈를 받게 된다. 그녀를 지켜주어야만 할 럭비선수인 남자친구는 일찌감치 살인마의 먹이가 되어 허무하게 죽어버린다. "13일의 금요일의 살인마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이슨!"이라고 소리친 케이시는(관객들) 살인마가 쳐놓은 교묘한 트릭에 속아넘어 간다. 그녀는(관객들) 그 자신이 수십번도 더 본 영화속의 아이러니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당연히 죽을 줄만 알았던 케이시는 2층으로 도망치지 않고 곧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녀가 드류베리모어임을 감안하고 이제 영화가 시작임을 감안할 때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주리라고 기대를 한다. 더구나 케이시의 부모님들이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한끝발 차이로 그녀는 비참한 죽음을 당한다. 주인공이 죽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처절하게 무너지고 케이시의 등장은 내장이 파헤쳐져 목이 매달린 것으로 끝이 나고 카메라는 곧바로 다음 희생자를 향해 돌아간다. 이쯤에서 관객들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저 여자가 주인공인가? 아니면 저 여자도 곧바로 죽어버릴까? 그렇다면 과연 누가 주인공인가? 그리고 과연 살인마인 고스트 페이스의 정체는?

마치 위기감을 느낀 제이슨과 프레디 부기맨등 슬래셔무비의 대표 캐릭터들이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거쳐 자신들의 우매함을 반성하고 고심끝에 고스트 페이스라는 새로운 슈퍼캐릭을 만들어 낸 것만 같다.

영화는 공포영화의 모든 법칙들을 거스르며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을 조롱이라도 하듯 예측할 수 없는 플롯들로 무장한다. 누가 진정한 주인공(최후의 생존자)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가 가해자이며 동시에 희생자가 되어버리는 기가막힌 상황이 연출된다. 이 신선한 충격은 갈때까지 간 슬래셔무비의 새로운 대안이며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식어버린 호러매니아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 놓기엔 충분했으며 그것은 곧바로 박스오피스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3일만에 각본을 완성한 캐빈윌리엄스는 말그대로 공포영화광이다. 아마도 그는 세상의 모든 공포영화들을 빼놓치 않고 섭렵했을 것이며 인상적인 플롯들을 줄줄이 꿰찰 정도로 대단한 기억력을 가졌다.

<할로윈>과 <프롬나이트><나이트메어>를 보며 자란 세대인 그는 일찌기 슬래셔 무비의 모든 법칙들을 마스터 해버린다. 그리고 비대해 질대로 비대해져버린 장르의 법칙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할 새로운 스토리를 구상해나간다.

젊은 천재의 결실은 <나이트메어>등 16편의 공포영화만을 만들어 온 호러거장과의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공포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웨스 크레이본은 <스크림>의 시나리오에 완전 매료되고 캐빈 윌리엄스와 함께 멋진 합작품을 이룩해 낸다.   

<스크림>은 재기발랄한 영화이다. 웨스와 캐빈 커플은 반복되어온 공포영화의 법칙들을 줄줄이 꿰차고 앉아서 이를 천재적으로 조율해 낸다. 장르의 법칙을 과감히 깨트리며 재창조한다. 또한 일부러 반복하기도 하며 허를 찌른다. 호러무비의 해체와 재조립이라는 기막힌 승부수는 관객들의 혼을 빼놓았다. 살인마의 정체가 밝혀지는 라스트까지 관객들은 아무도 살인마를 예상할 수 없었으며 설사 예상했다 치더라도 절대로 알아맞출 수 없는 기막힌 반전으로 그들을 경악케했다.

감독은 거장답게 섬세하고 강렬한 연출력으로 박진감 넘치면서도 곳곳에 자신만의 독특한 유머들을 배치해 둔다. 게일과 시드니의 관계를 통해 메스미디어의 횡포를 우스꽝스럽게 고발하기도 하고, 괴팍한 교장을 통해 기성세대를 조롱하기도 한다. 또한 <나이트메어>는 1편빼고 모두 꽝이라던가, 교장의 죽음직전 프레디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청소부(감독 자신)를 통해 매너리즘의 관습조차 기묘한 위트로 활용해버린다.

하지만 역시 수훈은 빼어난 각본의 힘에 있었다. 장르의 전복은 오프닝부터 그 빛을 발해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주도면밀하게 위험장소들을 확인해 나가던 교장이 살인마가 파놓은 도저히 걸려들지 않을 수 없는 함정속에서 어이없이 죽어버리는 대목은 기존 호러무비(기성세대)에 대한 통렬한 반격이었다. 교장의 죽음과 함께 이어지는 대단원의 혈전은 정교한 각본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영화의 하일라이트이다. 모든 법칙들은 무의미해지고 그 때까지 <스크림>을 지탱해온 재기발랄한 규칙들마저도 또 다시 무너지며 혼동과 공포속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재치넘치는 상황설정들은 <스크림>의 속편으로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는 장르의 법칙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며 그 위에 <사이코><엑소시스트><나이트메어>등 유명한 호러영화들을 절묘하게 패러디하며 동시에 전복시킨다.

바로 이러한 장점들이 모두가 지겨워하며 외면하던 슬래셔무비의 부활을 알리는 강점으로 작용했으며 그것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던 호러무비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탄이 된 것이다. 단언하건대 향후 20년 이내 이 정도로 주목받는 슬래셔무비가 등장하기는 힘들것이다! 울궈먹기가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참신함에 도전하지 않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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