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겁나게 무서운 복수극!

 

비슷한 소재를 다룬 두 공포영화 '공포의 수학열차'와 '발렌타인'을 소개할 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포의 수학열차'는 걸작이고 '발렌타인'은 졸작이라는 겁니다~!

우선 두 영화의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공포의 수학열차'는 1980년도에 만들어진 '할로윈'의 아류공포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할로윈'의 대성공은 유사 슬래셔 무비의 대량생산을 낳게 되었는데 '공포의 수학열차'도 그 중 하나인 셈이죠. 다만 타 아류작과는 달리 '할로윈'의 제이미 리 커티스가 주인공을 맡았고, 조금은 독특한 색깔을 지닌 공포영화라 할 수 있죠. 그도 그럴것이 소재면에선 참신했다고 볼 수 있었으니까요. 오죽하면 '공포의 수학열차'가 나온 이 후 이 영화를 패러디한 아류작들도 꽤 있었으니까요. 대표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발렌타인'이나, 81년도에 만들어진 '버닝' 83년도에 만들어진 '공포의 여학생 기숙사' 98년도에 만들어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등의 영화들이 모두 '공포의 수학열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아류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대학교 신입생 파티때 한 얼간이(아마도 왕따인 듯)가 여섯명의 아이들에게 큰 놀림을 당한 후 미쳐버리지요.(상당히 심한 장난이었습니다! 누구라도 미쳐버릴 정도로...) 그 후 졸업파티때 열차 안에서 그 여섯명의 아이들은 차례 차례 잔인하게 죽어갑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런 복수극의 틀을 최초로 확고히 마련한 작품이 바로 '공포의 수학열차'가 아닌가 싶군요. 이듬 해 만들어진 '버닝'이 우리들에게 더 잘 알려지긴 했지만 '버닝'의 구성은 '공포의 수학열차'의 복사판이라 할 수 있죠. '공포의 여학생 기숙사' 역시 늘 아이들의 표적이 되어오던 늙은 사감이 죽자, 그녀의 기형아 아들이 복수한다는 비슷한 방식의 내용이죠.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는 그 형식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역시 '공포의 수학열차'가 만들어 놓은 과거의 잘못과 몇년 후의 복수극이라는 틀은 흡사하지요.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공포의 수학열차'를 배껴온 타 작품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발렌타인'의 경우는 예외입니다.

'발렌타인'은 '공포의 수학열차'가 만들어진 이 후 무려 21년이 지난 올 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더 발전된 환경에서 영화가 만들었졌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21년전에 만들어진 '공포의 수학열차'보다 훨씬 더 뒤떨어집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공포의 수학열차'와 별반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어린시절 왕따를 당하던 한 학생이(오프닝은 또 캐리를 그대로 배꼈음... 그대로 배꼈음에도 상당히 어설픈이유는 과연~~) 결국 정신 이상자가 되어서 훗 날 자신을 왕따시켰던 아이들을 발렌타인데이를 전후로 해서 차례 차례 죽여나간다는 이야기 입니다.
'공포의 수학열차'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도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떨어지는 지루함으로 계속됩니다. 그나마 제일 괜찮았던 첫 살해장면을 빼면 모든 살해장면이 '13일의 금요일'의 살해장면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발한 살해장면이나 참신한 연출력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단 한장면도 없지요. 짜증이 날 정도로 질질끄는 라스트에 10살 이상이면 누구라도 생각해 낼 수 있는 뻔하고 밋밋한 반전.(그것도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솔직히 제이슨 친구^^로선 '발렌타인'에 상당한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리뷰를 보았을 때 그 옛날 필자를 떨게 했던 최초의 공포영화 '공포의 수학열차'와 분위기가 비슷할 거란 착각을 했기 때문이죠.
그것은 정말로 착각이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제이슨 친구를 단 한순간도 긴장시키지 못한 채 어이없게 끝나버리더군요.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본 결과 영화가 그렇게 졸작이 된 이유는 다음의 몇가지 이유들에서였습니다.

첫째, 감독의 엉성한 연출력이었습니다.
즉 '캠퍼스 래전드' 1편을 연출하며 평단으로 부터 나름대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작을 한 껏 기대하게 만들었던 제이미 블랭크 감독이 '캠퍼스 래전드'에서 보였던 연출력에서 조금도 발전된 것이 없었다는 것이죠. 감독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 너무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티가 역력하더군요.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참신한 시나리오, 참신한 살해장면, 참신한 분위기 이상 세가지를 들 수 있는데 감독은 시나리오도 살해장면에 있어서도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독특함을 조금도 나타내려 하지 않았습니다.(어쩌면 더이상 보여줄 것이 없었거나 참신함이 바닥나 버렸을 지도...) 수없이 보아온 다른 공포영화속의 장면들을 그대로 배껴와서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다시말해서 감독의 연출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됩니다.

둘째, 주연배우들의 엉성한 연기력 입니다.
솔직히 영어로 연기하는 미국배우들의 연기력을 평가해내기란 상당히 힘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렌타인'의 모든 주연배우들의 연기력은 형편없었음이 여실히 드러나더군요. 거의 한국영화 '찍히면 죽는다'에서 보여줬던 신인배우들의 엉성한 연기와 맞먹더군요.
공포영화에서 주연배우들의 공포연기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연기가 엉성하면 관객들이 공포스런 상황에 전혀 몰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 10대들 위주의 깜짝흥행에만 너무 의존했다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스크림'의 놀라운 성공 이 후 헐리우드에선 '스크림'의 아류작으로 10대용 슬래셔무비는 찍기만 하면 본전 이상은 건진다는 설이 나돌고 있답니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영화사에선 앞다투어 10대용 슬래셔 무비를 찍어내기에 바빴고 그로 인해서 '스크림' 이 후 유사 영화들이 약 100편정도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100편의 영화들 중 흥행에 실패한 영화는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그것들은 '나는 네가~' 시리즈와 '캠퍼스 래전드'시리즈를 필두로 '캐리 2''파이널 데스티네이션''할로윈H20'등 적어도 본전의 두,세배 이상은 거두어 들이는 작은 성과들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스크림'의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것과 소리지르기를 좋아하는 10대들이 있는 한 슬래셔 무비는 절대로 망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했죠.
'발렌타인' 역시 이 기류를 타고 작게나마 한 몫 챙겨보자는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진 졸작에 불과 한 것이죠. (솔직히 이런 영화들의 대부분이 엄청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지므로 '발렌타인'도 역시 본전 이상은 뽑았을 것임) 하지만 이러한 지루한 슬래셔 무비가 얄팍한 상술로 계속해서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어진 다면 머지않아 슬래셔 무비 전체가 소멸되고 말 것임은 불을보듯 뻔한 결과일 겁니다. 그것은 마치 지겹도록 '13일의 금요일'과 '나이트 메어'의 아류만 찍어대던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공포영화 시장과 다를바가 없지요.(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공포영화계에 있어서 암흑시대라고 할 수 있었지요. 다행히도 그것을 '스크림'이 화려하게 부활시켜 놓았는데 다시 암흑기로 접어들고 있군요...)

끝으로 '공포의 수학열차'와 '발렌타인'에 대해서 몇가지 부연설명을 더 하면서 마칠까 합니다.

우선 '공포의 수학열차'는 '할로윈'과 제이미 리 커티스의 팬이라면 놓쳐선 안되는 영화입니다. 열차라는 폐쇄공간의 공포를 적절히 활용하여 순간순간 극도의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라스트 제이미 리 커티스와 살인마와의 약 10분간의 사투는 피를 말린답니다. 세계적 마술사 데이빗 카퍼필드가 특별출연도 합니다. 특히 이 영화는 필자가 최초로 극장에서(초등학교 6년때) 동생과 단 둘이 본 슬래셔 무비로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본 유일한 영화랍니다. (공포영화라면 귀신이 나오는 것이 전부인 줄만 알았던 그 시절, 죽은 줄 알았던 살인마가 계속해서 벌떡 벌떡 일어서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답니다^^;)

'발렌타인'은 바비인형같이 예쁜 여자 주인공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외엔('스타쉽 트루퍼스''와일드 씽'의 여주인공 데니스 리차드가 나옴) 즐길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없군요. 며칠전에 본 또 하나의 졸작 공포영화 '캠퍼스 래전드2'(언급할 가치도 없는 영화...) 와 함께 당당히 올 해 최악의 공포영화로 기억됨은 물론이고 아마도 바로 비디오로 나올 듯 싶군요~!!

*개인적으로 두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로는 '공포의 수학열차' 에서는 라스트에 살인마에 의해 제이미 리 커티스의 귀걸이가 뜯겨 나가며 귀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발렌타인'은 그나마 첫번째 살해장면인 시체실에서의 살인장면이 제일 봐 줄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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