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사랑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사랑은 예정된 것이었다. 아주 먼 시간 저편에서부터 결정되어진 특별한 사랑이었다. 그것은 지금의 나, 백년 전의 나, 천년 전의 나, 겹겹의 세월 속의 내가 포개져서 발현된 영혼의 사랑이었다. 나는 그 영혼의 사랑을 경험한 것이었다.'

양귀자의 소설은 <희망>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 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모순>을 통해 그녀의 팬이 되어버렸다. 창작집 <원미동 사람들>에서 드러나듯 그녀의 소설은 언제나 8,90년대 소시민의 척박한 삶속에서 계급적,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볼때 이 작품 <천년의 사랑>은 탈양귀자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면모때문인지 200만부가 넘는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그녀의 책들 중 상업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양귀자의 소설은 언제나 재미있다.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작가의 배려가 존경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그녀는 결코 작가만이 알 수 있는 고뇌나 심리의 흐름, 갈등과 넋두리들을 어렵게, 혹은 지루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재미있게, 아주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도 사회 구석 구석 어둡고 부조리한 면들을 쏙 쏙 잘도 끄집어 낸다. 그녀의 초창기 작품 <희망>은 그래서 살인교수가 특별히 아끼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두운 80년대의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시종 맛깔스런 재미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희망>이나 <모순>등은 비교적 리얼리즘 경향이 강하다.

반면 <천년의 사랑>은 다분히 판타스틱 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과 비슷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같다. '천년의 사랑'이 유독 여성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데에는 신데렐라 적인 판타지가 작품 속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상처 받은 여자, 남자에게 버림 받고 아이를 밴 여자, 그 여자를 정성껏 돌봐주며 아낌없는 사랑을 쏟는 남자의 지성. 남자는 그것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 부터 결정되어진 운명이며 특별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바로 이러한 면 때문에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책은 날개 돋힌 듯 팔렸으며 한 때 '천년의 사랑'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다!

양귀자는 대중들을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운명적 사랑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놓고 재미나고 멋지게 풀어 나간다. 유려한 문체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로 두 권의 책이 단 한장도 지루할 틈 없이 읽혀진다. 읽고 나면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한 감동이 스며든다. 그 여운은 오래도록 작품을 되새기게금 만든다. 그것이 그녀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다!

'천년의 사랑'은 바로 그러한 작가의 능력이 대중과 절묘하게 호흡하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뛰어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