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카도노 코우헤이

새로운 감각의 퓨전 호러. 기분 나쁜 거품 부기팝!

일본 제4회 전격게임소설대상 대상수상작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전방위 미디어로 퍼져나가고 있는 인기작. 이 작품은 시간축이나 시점을 바꿔, 하나의 사건을 쫓아가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특징으로, 오가타 코우지의 독특한 작풍이 매력적인 일러스트는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 필자가 비교적 최근에 읽은 소설.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손이 안 갔던 책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었다. 전격 게임 소설 대상은 일본에서 꽤 알아주는 장르소설 공모전 중 하나다. 카도노 코우헤이는 이 작품으로 일약 베스트 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고 부기팝은 일본 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부기팝은 현재까지 총 11개의 타이틀이 나왔고 영화, TV애니메이션, 극장용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으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왜 이 작품이 대단한 지는 그 뛰어난 구성법과 독특한 문체에 있다. 세계가 위기에 처해 있을때 자동으로 각성하는 부기팝을 통해 작가는 인류가 범하는 여러 종류의 죄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날카로운 듯 하면서도 어딘지 애수가 흐르는 작가의 문체는 독자들의 가슴을 쥐고 흔들기에 충분했다. 부기팝 시리즈의 1편에 해당하는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는 하나의 사건을 다섯 명의 시점으로 나뉘어서 그리고 있다. 신요우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여학생 연쇄 실종사건의 배후에 숨겨진 식인귀 '만티코어'와 오리지널 '에코즈' 사신 '부기팝'등의 엄청난 진실들이 절묘하게 얽히있다.

등장 인물 다섯 명은 모두 자신들이 본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때문에 하나의 사건이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섯 명에게 조금씩 보여진 것이다. 그것들은 마지막 조각이 완성되면서 비로소 완전한 전모를 알 수 있게금 한다. 이러한 구성 방식이 상당히 흡입력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비슷한 구성을 지닌 작품이 과거에도 있었다. 빌 밸린저의 '사라진 시간'이나 '이와 손톱'등의 작품에서도 하나의 사건을 시간의 차이를 두고 다르게 진행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부기팝'이 뛰어난 이유는 독특한 진행 방식 때문만은 아니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고등학생들이다. 그리고 흔히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개성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서로 친구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이이기도 하며 웃고 이야기하고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진실로 알 수는 없다. 드러나보이는 것은 일부분일 뿐이니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통을 안고 있는지는 모두 다 알 수 없다. 절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도, 그저 자신의 인생에 의미없이 스쳐지나간 인물에게도 모두 그들만의 세계와 그들만의 이야기는 각각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부기팝은 이러한 인물들의 뒤얽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때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는 그 아이의 시각이 되어야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 속에 많은 인물들이 조금 혹은 많이 개입되어 있지만 모든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고 사건이 지나가 버리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만티코어라는 살인귀가 학교에 몰래 숨어들어 학생들을 위협하고 부기팝이 나타나지만 아이들에겐 제 각각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호러 판타지의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어찌보면 학원물의 분위기도 풍기고 있다.

전체적으로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이거다, 라고 딱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했다. 신비스럽기도, 무섭기도, 슬프기도, 감동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부기팝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조용한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모두 생동감 넘치고 공감이 간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움이 곳곳에 배어 있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 꾼 인지를 알 수 있게 했다. 더구나 2,3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새로운 시리즈들을 써 낸 작가의 역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끝으로 두 가지 만 덧붙이면 이 작품은 상당히 모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우선 굉장히 많은 캐릭터에 헛갈리기 쉽상이고 다섯 가지 이야기가 시간 상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제 멋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마지막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는 사건의 내막을 알 수 없다. 비슷한 예를 들면 '몬스터'나 '20세기 소년들'과 유사한 형식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이런 형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좀 난해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순전히 필자의 생각이지만 제시카 알바가 등장하는 인기 드라마 '다크엔젤'과도 유사점이 상당하다. 만티코어라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초인, 그것을 양성, 조종하는 배후의 시설,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메시아적 캐릭터 등... 무엇보다도 다양한 캐릭터들을 풀었다가 쥐었다가 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비슷해 보였다. 제임스 카메론이 '부기팝'을 보았을지는 의문~!

현재 필자는 부기팝 2편인 '이미지네이터'까지만 읽은지라 부기팝 전체 시리즈에 대한 비평은 차후로 미루겠다~~ 참고로 2편 '이미지네이터'도 너무 좋았다. 읽을수록 문장력이 굉장한 작가라는 사실에 거듭 탄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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