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3 - 레볼루션 - The Matrix Revolution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 역사를 다시 쓰게 한 충격의 사건, <매트릭스>는 천문학적인 상업적 흥행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매트릭스 추종자'들을 만들어냈다. 워쇼스키 형제 감독은 1편의 거대한 성공으로 제작사로 부터 2편과 3편을 동시에 찍을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얻어낸다. 그리고 그들은 <매트릭스2 : 리로디드>를 거쳐 마침내 거대한 디지털 서사시의 종지부인 <매트릭스3 : 레볼루션>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매트릭스 추종자'들은 의문으로 가득했던 <매트릭스2 : 리로디드>의 속시원한 해답을 <매트릭스3 : 레볼루션>에서 찾고자 마지막 빨간 알약을 먹고 네오와 함께 매트릭스에 최후의 접속을 한다.

말그대로 <매트릭스> 1편의 기술적, 철학적, 작품적인 완성도는 속편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를 끝 간데 없이 높여 놓았고 그로 인해 시리즈의 완결편인 <매트릭스3 : 레볼루션>에 거는 팬들의 기대는 거의 무한대에 이르렀다. 이제 상상의 극치를 영상화한다고 해도 관객들은 그 이상을 기대하게 되 버렸다. 감독으로선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고 기다리는 팬들로선 엄청난 불안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부담과 불안을 안고 전세계 동시 개봉이라는 유례없는 방법으로 매트릭스 시리즈의 완결편이 개봉되었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결말' 이라는 근사한 카피로 완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 <매트릭스3 : 레볼루션>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수많은 추종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운명에 있다.

필자도 그 추종자들 중 한 명이었고 오늘 그 디지털 성서의 완결을 감상했다. 이제부터 지구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던 <매트릭스>의 최후의 이야기에 대한 간략한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시길~!

우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매트릭스3 : 레볼루션>은 필자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영화였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필자의 기대치가 너무나도 높았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한 편이 아닌 독립된 SF영화의 한 편으로 본다면 <매트릭스3 : 레볼루션>는 더할 나위 없이 통쾌하고 장엄한 액션 대작으로 손색이 없음을 분명히 말해둔다.

하지만 대다수의 매트릭스 추종자들이 그러하듯 필자 역시 과도한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감상했으니 어느 정도 실망과 당혹감은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충분히 각오한 일이지만. (관객들을 네오로 만들어버려 스크린 속의 스미스 요원이 튀어나오게 만들지 않는 이상 끝 간데 없는 기대치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것)

<매트릭스3 : 레볼루션>에서는 전체적으로 '사랑과 희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매트릭스2 : 리로디드>에서 수없이 재기되었던 많은 의문점들은 이 '사랑과 희생'이라는 숭고한 정신 속에 묻혀버려 결국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오라클은 시종일관 '그건 이미 네가 알고 있어' 혹은 '그건 나도 몰라. 네가 선택해야 할 문제야'라는 다소 김빠지는 대답만을 던진다. 2편에서 매트릭스 설계자에 의해 자신이 한낱 시스템의 통제자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비밀을 듣게 되는 네오였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3편에서는 'The One'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부각된다. 또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던 스미스에 대한 비밀도 풀리지만 특별히 기막힌 비밀 같은 것은 없다. 네오의 대칭점, 다르게 해석하자면 네오와 함께 서로를 견재하며 능력을 상승시키는 동반자 같은 존재다. 마치 '드래곤 볼'의 손오공과 베지터처럼.(물론 스미스는 베지터 보다 더 사악하지만...!)

감독은 정말로 멋지고 기발하며 센세이션할 만한 그러한 결말은 처음부터 없었나 보다. 굉장히 무난하고 평화적인 라스트를 선택하며 안정적인 결말을 그려낸다. 그로인해 인간미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던 무자비한 기계조직, 현실과 너무나 비슷한 매트릭스라는 가상공간, 또 시온이라는 구시대적인 현실공간, 그리고 전쟁과 구원자라는 복잡하고 현학적인 관념들이 해피한 앤딩을 위해 밋밋하게 마무리되어 버린다. 그것은 각각의 존재성에 대한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버려 명쾌한 해답을 기다리던 관객들에겐 미지근한 인상만을 안겨다 준다. 결국 한 시대를(매트릭스 안에서 혹은 현실 세계에서) 살다간 영웅들의 이야기는 기나긴 세월(매트릭스 혹은 현실의)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역사로 남을 뿐 위험과 악몽, 사랑과 희생, 전쟁과 평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결말인 것이다.

어쩌면 <매트릭스> 1편의 결말이 '감히 상상할 수없는 결말'이었던지 모른다. 네오가 총알을 피하고, 죽었다가 살아나고, 도저히 대적할 수 없었던 스미스 요원을 한방에 날려버리며 엄청난 기계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벅찬 라스트, 그것이 정말로 멋지고 기발하고 센세이션한 결말이 아니던가. 필자의 개인적 생각은, 감독은 처음부터 매트릭스 시리즈를 3부작으로 기획했었다지만 어쩐지 거짓말같다. 1편으로 끝날 것을 억지로 2, 3편으로 늘였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매트릭스> 1편은 감독이 평생동안 만들고 싶었던 숙원의 기획작품이었을 테다. 그 벅찬 라스트의 뒷 이야기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막연하게 머릿속으로만 그려두었을 것이다. 그러했던 것을 1편의 성공에 고무되어(평생동안 준비해온 1편에 비해) 다소 기획력이 떨어지는 속편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은 씁쓸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김빠지는 소리를 많이 했지만 앞서 얘기했듯 그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탓이다. <매트릭스3 : 레볼루션>는 상당히 뛰어난 시각적 효과를 자랑하는, 여지껏 만들어진 최고의 블록버스트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1, 2편 처럼 늘어지는 철학 강의는 초반 20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고 나머지 런닝 타임 동안 내내 긴박감 넘치는 액션 장면과 입이 딱 벌어지는 디지털 영상의 혁신을 보여준다. 특히 <인정사정 볼 것없다>의 라스트 씬을 연상케하는 네오와 스미스의 최후의 빗속 대결은 헐리웃 디지털 기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모든 매트릭스 시리즈의 액션 씬들을 잊게 할 만큼 장엄하다. 17분간의 액션 씬을 위해 4천만불이라는 제작비를 쏟아부었다고 하니 과연 슈퍼 버럴(Super Brawl)이라 불릴 만 했다. (그래도 1편의 총알 피하는 장면이 계속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개인적으로 클럽에서 메로빈지언이 말한 인상적인 한 마디가 <매트릭스3 : 레볼루션>를 이해함에 있어서 가장 큰 키워드가 아닌 가 싶다. '뺏을 수는 없으나, 받을 수는 있는 것' 그는 그것을 원했다. 오라클의 눈이 상징하는 것은 트리니티를 위해 희생되는 네오의 눈이자 시온 국민들의 헌신적인 힘이자 모피어스와 니오베의 믿음일 것이다. 또 트리니티와 네오의 사랑이며 네오의 메시아적인 희생일 것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초반에 중간계 지하철 역에서 한 남자가 말한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숭고한 의미로 와닿게 된다.

<매트릭스3 : 레볼루션>이 타 시리즈에 비해 휴머니티와 드라마적 감수성이 유독 짙게 배어 있는 이유가 바로 '뺏을 수는 없으나, 받을 수는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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