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 Blood: The Last Vamp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딱 내 스타일의 영화였다.

장검을 든 소녀 뱀파이어 해결사가 나온다. 앳된 여고생의 얼굴을 한 그녀의 이름은 사야. 그녀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오리지널(순종 뱀파이어)이다. 그녀는 세상의 변종 괴물들을 찾아 죽인다. 영화 MIB와 흡사한 시스템인데- 그녀가 괴물들을 죽이면 기관에서 사후처리를 말끔하게 해준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변종 괴물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고 사야는 세일러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잠입한다. 마침 학교에서는 할로윈 파티가 열리고 흥청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무시무시한 피의 살육이 벌어진다.

사야는 이제껏 본 여전사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강렬한 타입의 여전사였다. 잔혹하면서도 열정적이다. 다리나 팔의 근육이 장난이 아니지만- 또 언뜻언뜻 무척 가냘픈 여고생의 느낌도 주는- 아주 묘한 매력의 캐릭터로 카리스마가 엄청나다. 특이할 만한 것은 그녀 앞에서 섣불리 '신'을 거론하면 맞아죽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은 사실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일까... 괴물들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

만약 이 역할을 실사 영화로 만든다면 일본 여배우 '쿠리야마 치아키'나 '우에토 아야'가 적역일 듯 싶다. 헐리웃 여배우 중에서 찾는다면 단연 '밀라 요요비치'겠지만, 그녀는 나이가 너무 많으니, 좀더 어린 여배우를 찾는다면 스칼렛 요한슨 정도가 좋을 듯 싶다.

영화는 피가 튀는 하드고어 스타일이다. 사야가 장검을 휘두르며 변종 괴물들을 휙휙, 베어버리는 장면들은 압권이다. 칼날이 근육을 파고드는 그 베는 느낌이 실제로 손끝에 짜릿짜릿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아마도 러닝타임이 너무 짧다는 것일 테다. 50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100분짜리 영화들보다 훨씬 낫다. 짧은 만큼 임팩트가 강렬하다. 음악과 영상의 조화가 무척 수준급이었다. 역시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는 나라다. 이 작품은 '킬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에 반해서 '킬빌' 중 애니메이션 에피소드의 연출을 이 영화 감독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사야는 극중 등장인물 모두에게 무조건 반말을 하는데- 당연한 일일 테다. 그녀는 1800년대부터 살아온 생명체이니.


 
p.s.

 
사야- 정말 이제껏 본 가장 이상적인 여전사였다.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더 잔혹하고 더 시니컬하다. 그리고 좀더 열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야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시종일관 피 튀기는 액션을 보인다. 그리고 사야의 카리스마는 이제껏 본 모든 여전사 캐릭터들을 완전히 압도해버린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죽어가는 변종 괴물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사야- 오리지널과 변종의 차이지만 결국 그들은 동족인 것이다. 사야는 인간을 위해 동족을 살상하지만- 과연 인간은 누구를 위해서 동족을 살상하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이 영화는 강렬한 시각적 재미만큼이나 깊은 철학적 여운을 던진다.
 
전지현 주연으로 국내에서 영화로 만든다고 한다. 원작의 아우라를 제발, 잘 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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