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페리아 - Suspiri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흔히들 호러영화를 말할때는 호러스릴러의 원조인 <사이코>나 슬래셔무비의 시초 <할로윈><13일의 금요일> 혹은 가장 무서운 영화로 거론되곤 하는 <샤이닝><엑소시스트>를 떠올리게 된다. 아니면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크림>이나 혹은 거슬러 올라가 같은 감독이 만든 <나이트메어>등을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호러영화를 두루 섭렵한 매니아들이라면 아마도 이러 헐리웃 식의 틀에박힌 공포영화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최근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는 일본 호러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거나 아니면 스파게티 호러의 원조인 이태리 호러의 잔혹미학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태리 호러를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마 다리오 아르젠토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며 적어도 <서스페리아>라는 작품의 제목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서스페리아>가 세계적으로 미친 충격의 강도는 컸다. 국내에서도 <서스페리아>의 흥행성적은 서울에서만 무려 50만명의 관객동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당시의 배급환경과 극장수를 감안해 볼때 지금의 서울관객 150만명과 맞먹는 수치라해도 과언이 아닐테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13일의 금요일>이나 <헬나이트>등이 30만 선을 동원한 것에 비교한다면 낯설디 낯선 이태리 영화가 국내에서 세운 기록적인 흥행은 가히 사건으로 기록될 만 했다.

당시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한마디로 혀를 내둘렀다. 그것은 기가 막힌 경험이자 이제껏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공포의 최고점이었다. 시작부터 관객의 혼을 빼놓는 극한의 잔혹함은 여성관객들의 비명소리로 극장안을 떠나가게 했으며 강렬한 사운드는 그들로 하여금 영원히 잊지 못할 끔찍한 악몽을 선사했다. 극장을 나서는 그들은 <서스페리아>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날 줄 몰랐으며 그들에게 제대로 된 공포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다리오 아르젠토에 관심이 모아졌다. 비로소 호러 매니아들 사이에서 마카로니 호러의 발견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태리의 히치콕이라 불리우는 현존하는 최고의 공포영화감독 다리오 알르젠토의 1977년도 작품 '서스페리아'는 한마디로 말해서 유럽을 대표하는 호러무비다.

<서스페리아>를 논할 때에는 크게 세 가지를 손 꼽는다.

첫번째는 바로 역대 호러영화사상 단연 최고라고 회자되어지는 충격의 오프닝 씬이다. 이루 다 설명이 되지 않을 잔인함과 충격의 극한을 달리는 아트한 살인장면들은 보는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함과 동시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금 만든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만큼 타공포영화들과는 비교도 안될 강렬한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96년 만들어진 <스크림>의 오프닝씬이 잘 만들어졌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서스페리아>의 오프닝을 패러디 한 것이며, 그 충격의 강도면에선 <서스페리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번째로 영화 전반에 걸쳐서 풍겨져 나오는 환타스틱하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들수 있다. 그 분위기라는 것은 글로서 설명하기가 힘든데, 아무튼 영화를 보는 내내 상당히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칼라플한 악몽속을 허우적거리는 듯한 느낌이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붉은 색깔의 조명들과 극단적인 원색의 색체들은 이태리의 유명한 락밴드 '고블린'의 기괴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서 공포의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특히 고블린의 테마음악은 강렬하면서도 극도의 공포심을 자아내는 그로테스크함이 뿜어져 나와 보는 이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고간다. 공포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곡임엔 틀림없다.

세번째로는 이 영화가 유명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잔혹한 살해장면들이다. 그 잔혹한 살해장면들은 다리오 아르젠토만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잔혹함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적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 어떤 호러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그만의 살해장면은 보고난 후에도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충격적이다. 과연 다리오 아르젠토가 아니면 결코 흉내낼 수도 없는 아트호러의 진수를 보여준다.

<서스페리아>의 줄거리는 수지라는 여자가 발레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미스테리한 일들을 겪게 되다가 결국 학교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그다지 독특할 게 없는 내용이다. 마녀라는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헐리웃 슬래셔무비와 교묘하게 결합시켜 놓은 듯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서스페리아>의 미덕은 결코 스토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님을 매니아라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작년 칸영화제에 디지털복원판으로 재상영되었고 객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그와 동시에 헐리웃에서 리메이크를 결정했다고 한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다리오 아르젠토의 진정한 최고걸작은 <서스페리아>가 아니라 그보다 2년전에 만든 <프로폰도 로쏘>임이 틀림없다고 본다. 이 영화도 재개봉 혹은 실력있는 감독이 멋지게 리메이크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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