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로얄 - Battle Royal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2000년 12월 일본에서 개봉된 배틀로얄은 세기말적인 사회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4주만에 140만명의 관객동원을 하는 등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뿐만아니라, 작품적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아 세계 각 공포,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크고 작은 상을 휩쓸었으며 2000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총 9개부분을 휩쓸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10분만에 표가 매진되는 등 관객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느낌을 말해보라면 공포영화 매니아라 해도 상당한 충격으로 와닿을만큼 엽기 그 자체였다. 야쿠자물을 많이 만들었다는 노장감독 답게 영화는 오프닝부터 베르디의 웅장한 레퀴엠과 함께 관객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그리고 42명의 학생들이 어떤식으로 친구를 살해하는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보여주며(자막까지 넣어주면서) 최후의 한 명이 과연 누가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물론 사건의 진행은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 빠른 템포를 보이며 라스트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며 폭발하는 듯한 짜릿한 스릴이 계속된다.
중요한 것은 그 많은 캐릭터 하나 하나에 각각의 사연과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엇비슷해질수도 있었던 수많은 캐릭터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들을 부여받으며 살아 숨쉬는 듯한 리얼함을 보여준다.
이것은 전적으로 탄탄한 각본과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일 것이다.(마치 큐브에서 개성이 강한 6명의 서로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해 호러판타지임에도 리얼함을 선사했던 것처럼)
웅장한 음악과 감미로운 음악의 오묘한 조화속에서 펼쳐지는 액션과 드라마의 보기좋은 만남은 때때로 보는이의 가슴을 벅차게 할 만큼 멋진 박력을 선사했다. 정말로 멋들어진 영화다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마지막까지 영화속에 몰입해서 보고 나면 솔찍히 카타르시스 말고는 별로 남는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영화를 두번보기를 권하고 싶다. 배틀로얄에서 그려내고 있는 극단적인 폭력은 단순히 【BR법】이 냉혹한 약육강식이 존재하는 인간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메시지 이상의 것을 말하고자 하고 있으니.
영화를 다 보고나서 배틀로얄이 던져준 시각적인 충격을 배제한 채 다시한번 영화를 감상해보았다. 시종일관 피튀기는 영상에 교묘하게 가려져 있던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삶의 방식을 포괄하는 순수한 진리였다. 감독은 분명 그것을 말하고자 했다.
야쿠자영화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온 하드보일드파 노장감독 후카사쿠 킨지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세기말 버전 '파리대왕'은 그 자신의 전문분야인 남성적인 강렬한 액션씬으로만 무장할 법도 한데 그는 기묘하게도 순간순간 만화같은 발상으로 영화의 색깔을 모호하게 버무렸다.  


가냘픈 왕따 여학생 노리코를 보호하기 위해 연신 '널 지켜줄거야'를 반복하는 주인공이라던가 짝사랑했던 남학생의 품에 안겨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미소녀의 설정(그것도 정말 우연찮게 극적으로 만나게 되는 설정이라니...), 사랑하는 여자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면서도 그녀의 안전을 걱정해주는 순정파 남학생, 자신을 죽인 남자에게 고마워,라고 말하며 죽는여자,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연애소설같은 자막들. 이런 순정만화적인 장치들은 액션전문감독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바로 여기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감독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과 죽음의 순간에서도 아름다웠던 삶을 돌아보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리라. 그것은 붕괴되어 버린 미래세계에서 유일하게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에너지자 희망인 것이다. 배틀로얄이 만들어지기 몇 년 전부터해서 일본내에 유난히 엽기적인 살인사건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를들어 지하철 독가스사건부터해서, 갓난아기의 목을 잘라 초등학교 교문에 걸어놓는 사건이라든가 학교내 이지매의 폭력사태가 위험수위를 넘어 붕괴의 지경에 까지 이르러는 등.
배틀로얄 속의 일본처럼 이미 일본사회에서 겉잡을 수 없이 터지고 있는 엽기범죄들에 국가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심각했으며 영화속의 기타노 선생처럼 후카사쿠 감독은 위태로운 일본사회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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