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텐션 - Haute tens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프랑스 개봉 당시에는 4만 5천명이 관람 후 실어 증세를 보였다고 하니 <엑스텐션>은 <스크림>, <링>, <식스 센스> 이 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무수한 아류작들과는 분명 다른 뭔가가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25세의 천재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은 몸서리치게 미칠 만큼 무서운 영화를 만들어 보고자는 결심 하에 <엑스텐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감독의 그러한 의지가 영화 전면에 걸쳐 확실하게 드러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돌릴 틈 없이 위력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그 공포의 강도는 이제껏 호러 마니아들에게 걸작으로 추앙받는 <텍사스 살인마>, <서스페리아>, <매니악> 등의 충격에 버금간다. 때문에 포스터 카피를 화려하게 장식한 '목구멍 끝까지 짜릿한, 샤우팅 스릴러''전 세계 호러홀릭을 열광케 한 센세이션'등은 실로 거짓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점잔을 빼며 숨기려는 심리 스릴러나 혹은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팝콘 호러의 면모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시종 일관 극단의 수위를 넘나드는 공포의 진면목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바로 이 '확실하게 보여준다'에서 호러 마니아들의 찬사를 자아낸 것이다.(개인적으로 3대 공포영화 <버닝>, <13일의 금요일>, <공포의 여대생 기숙사> 이 후 이렇게 가슴을 흥분시키는 슬래셔 무비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영화의 시작은 영화의 끝과 맞물려있다. 악몽같이 몽롱한 기억의 조각 위로 소녀의 독백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곧 영화는 두 소녀를 태운 자가용이 도로를 시원스레 질주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이때 배경음악으로 Sara Perche Ti Amo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사실 이 노래는 감독이 교묘하게 숨겨놓은 반전의 복선이지만 그것을 눈치채는 관객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알렉스의 집을 방문한 메리는 그날 밤 알렉스의 일가족이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잔혹하게 살해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살인마는 알렉스의 손발과 입을 묶은 후 어딘가로 데려가고 메리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살인마의 뒤를 쫓는다. 숨막히는 접전 끝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 메리와 알렉스, 하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두 소녀와 살인마, 그들이 간직한 엄청난 비밀이 그들을 믿을 수 없는 끔찍한 공포의 패닉상태로 몰아넣는다.

살인마가 알렉스의 가족들을 찾아내어 하나 하나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는 초반 살해 씬과 라스트의 충격적인 전기톱 살해 씬은 이 영화의 백미로 기억될 것이다. 자칫 평범하고 무디게 느껴질 수 있는 살해 장면을 감독은 가히 천재적인 연출력으로 기가 막히게 표현해낸다. 혀를 내두를만한 잔혹함은 물론, 심장을 도려 낼 듯한 자극적인 음향과 감각적인 미장센등의 효과로 정말로 눈앞에서 살인이 펼져지고 있는 듯한 가공할 공포를 만들어 냈다. 마니아들이라면 아낌없는 열광과 환호를 보낼 만큼 훌륭한 솜씨였다.

이 영화가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영화 100년사 최고의 걸작 호러!'라는 찬사를 받은 데에는 비단 이러한 살해 장면에서 오는 센세이션 때문만은 아니다. 대다수의 슬래셔 무비가 간과하기 쉬운 허술한 스토리 라인을 <엑스텐션>은 정교하고 빼어난 시나리오로 뛰어넘는다. 이 영화는 정신없이 자행되는 잔인무도한 살인 행각 뒤에 숨겨진 뒤통수를 치는 반전으로 관객들의 넋을 빼놓는다. 그리고 그 반전으로 인해 이 영화는 하나의 퍼즐로 변해버린다. '과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순간 이 영화는 가족 대학살극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환한다. 감독은 슬래셔 무비의 컨벤션을 조롱하듯 전통적인 장르적 관습들을 끌어와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결국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지막에 가서 터뜨린다. 그리고 영화는 재해석된다.(결국 이 영화는 <데드 캠프>처럼 단순히 '살인마로부터 살아남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각설하고 <엑스텐션>은 진정한 호러 마니아들이라면 목구멍 끝까지 짜릿하게, 열광할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심리 스릴러, 심령 호러, 범죄 스릴러 등에 지쳐있는 마니아들이라면 더욱) 말만 앞세우는 공포가 아닌, 정말로 높은 수위의 공포를 확실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엑스텐션>을 절대로 놓쳐선 안될 것이다. 호러 모조품이 판을 치는 요즘, <엑스텐션>은 '이것이 호러다'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단 노약자나 임산부, 심약자들이라면 관람을 삼가함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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