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신아리 - One Missed C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현재 일본에서 가장 바쁜 감독이자 헐리웃이 주목하는 아시아의 감독 10인 중 한명인 미이케 다카시는 구로사와 기요시와 함께 독특한 철학적 호러로 독보적인 호러 영역을 세계적으로 넓혀나가는 실력있는 감독이다. 특히 그의 재능은 호러, 스릴러에 집중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오디션><이치, 더 킬러><비지터 Q>등의 작품들은 마니아들의 폭발적인 호응은 물론 일반관객과 평단에서도 찬사를 얻은 작품들이다. 그런 그가 <링><주온>등으로 유명한 카도카와 필름과 조우하며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고자 했던 작품이 바로 <착신아리>다. 때문에 이 영화는 제작단계에서부터 관심이 높았으며 실제로 개봉되자마자 높은 수익을 거둔 흥행작이다.

영화의 간략 줄거리는 휴대폰을 통해 근미래의 자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죽음의 순간을 녹음한다는 것이다. 죽음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예고된 바로 그 시각에 정확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휴대폰에 저장된 다른 사람의 폰번호로 죽음의 공포는 이동해간다. 여대생 유미는 친구들의 죽음을 근접 목격하게 되고 마침내 자신에게 배달된 죽음의 통보에 맞서 설명할 수 없는 비밀을 풀어나가고자 하지만 데드라인은 점점 그녀의 숨통을 조여온다.

비슷한 설정의 영화 하나가 떠오른다. 제작년 개봉된 국내 영화 <폰>이다. 언뜻 호러 강국의 호러 천재 미이케 다카시가 호러 약국에서 내놓은 <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착신아리>는 버젓이 원작소설이 있는 작품이다. 무라카미 류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오디션>의 경우처럼 <착신아리>도 아키모토 코우의 인기 동명 호러소설을 영화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디션>의 아우라에 미이케 다카시의 팬이된 마니아들이라면 이번 작품은 조금 밋밋할 수도 있다. 극한을 달리는 엽기적 잔혹성의 수위는 이번 영화에서 많이 완화된 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이케 다카시는 미이케 다카시다! 순간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장면들은 가히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그러나 영화속에 녹아든 미이케 다카시만의 철학적 호러는 여전하다. 무섭지만 희망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변처럼 이번 영화는 전작들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을 종합적으로 아우르고 있으며 라스트에 이르러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을 상처에 대한 기억을 보듬게 만든다.

<오디션><이치, 더 킬러><비지터 Q>등에서 다루어진 어린 시절의 학대와 비밀스런 상처의 기억, 피학과 가학, 비뚤어진 사랑관, 가족 파괴등의 사회적 심리적 문제들을 <착신아리>에서 응축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거기에다 메스미디어에 대한 냉소적 고찰을 곁들여 단순 비명지르기 식의 생각없는 호러와는 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미이케 다카시 마니아로서 아쉬운 점이라면 그만의 칼날같은 섬뜩한 개성이 이번 작품에서 많이 보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겠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색깔이 카도카와에서 히트한 <링><주온>의 틀에서 주물된 듯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수도 있겠다. 미이케 다카시가 사다코적인 아우라를 소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마니아로서 아쉬운 점이었다. (물론 카도카와 측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을 터이고 다르게 얘기하자면 나카다 히데오, 시즈미 다카시에 이어 실력있는 미이케 다카시를 헐리웃에 입성시킬 대중적인 색깔을 입히고자 한 것일테다)

그러나 역시 대가는 대가다. 비슷한 시기에 <제브라맨><극도공포대극장 우두><쓰리, 몬스터>등을 연속으로 촬영하며 <착신아리>는 엄청 빠르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속결로 만들어진 작품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과연 그의 호러적 재능은 신기에 가깝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으며 호러적 강국으로서의 일본의 제작 수준도 다시한번 입증된 셈이다.

<착신아리>는 충분히 무서운 공포영화다. <링><주온>에 단련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다시한번 놀랄 수 밖에 없는 끔찍하고 오싹한 장치들은 감독의 탁월한 재능과 맞물려 기막히게 관객들을 압도한다. 초반에 힘을 다 써 중반부터 루즈해지다가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질질끄는 지루함만을 안겨주는 졸작들과는 달리 <착신아리>는 갈수록 힘이 붙는 영화다. 미스터리한 초반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후 중반부의 방송국 에피소드는 압권을 이루고 음산하고 섬뜩한 라스트는 겹겹이 가중된 관객들의 공포심리를 정신없이 부추기며 압박한다. 주연을 맡은 시바사키 코우(<배틀로얄>에서 낫을 휘두르던 그 엽기 소녀)와 츠츠미 신이치(개인적으로 팬, 이유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고 늘 안정된 연기를 보이기 때문)의 호연도 좋았다.

<착신아리>를 통해 국내 호러영화에 대해 당부하고픈 것은 적어도 흥미있는 공포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식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기본부터 충실하기를 바란다.

p.s 전체적으로 <착신아리>는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호러 영화이다. 하지만 미이케 다카시, 그의 영화가 늘 그러하듯 정신없는 호러폭격 뒤에 남겨진 철학적 메시지에 대한 고찰은 언제나 관객들의 몫이다. 때문에 영화의 제일 마지막 몇 장면에 대한 해석은 열려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