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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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낸 남자들은 피해자를 죽여서 범죄를 은폐한다. 그러나 그후 가해자들은 한 명씩 목숨을 잃는다. 사고 지점 절벽에 밤마다 귀신처럼 나타나는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소년은 문방구에서 우연히 살인현장을 목격한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문방구에 가보니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버젓이 살아 있다. 착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오후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군가가 찾아온다. 밀실에서 죽은 여인. 자살로 처리되었으나 이에 의문을 품은 젊은 형사. 그는 며칠 후 벼랑 밑 강가에 떠내려 온 메모 속 그림을 보고 사건의 진실을 추리한다. 하지만 그 그림 속 수수께끼는 절대로 풀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미치오 슈스케의 '절벽의 밤'은 중편 네 편이 모인 연작 소설집이다. 제각각 다른 이야기 네 편이 조금씩 맞물리며 절묘하게 하나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재밌는 것은 각 이야기의 마지막에 사건의 진실을 유추할 수 있는 '그림'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림 속 수수께끼를 풀어야 이야기 속 숨겨진 진실을 모두 알 수 있는 구조다. 네 편의 이야기는 그 각각으로도 하나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씩 빠져 있다. 그것을 그림을 통해 독자가 알아내야 한다. 지난번에 '전망 좋은 밀실'에서도 QR코드를 이용해 새로운 독서법을 제공했는데 이번 소설에서도 기발한 방법을 시도한 셈이다. 


다만 이런 기발한 시도 자체는 좋지만 독자가 그림 한 장으로 핵심을 파악하기엔 너무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마지막 역자 후기에서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면 영원히 몰랐을 듯싶다. 하지만 역시 시도 자체는 좋았다고 본다. 수수께끼를 모두 알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라스트 한 장의 그림이 던지는 여운이 무척 컸다. 


앞의 세 편이 각기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고 마지막 한 편은 후일담 같은 이야기다. 그 후일담 속 마지막 그림이 주는 반전의 울림이 깊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상적인 챕터는 세 번째 이야기였다. 밀실에서 죽은 여인의 사건을 놓고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수사하던 중 한 장의 그림이 발견되고 그림 속에 숨겨진 진실을 탐색해 들어간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였고, 마지막 그림 또한 가장 기발하면서도 섬뜩했다. 


인간은 누구나 절벽 끝으로 내몰릴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을 누구나 경험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뛰어내리느냐, 돌아서느냐, 아니면 남의 등을 미느냐. 선택도, 그것에 대한 책임도 모두 자신의 몫이다. 소설 속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도 인간이라면 도덕과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원제가 '안 된다'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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