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죄 : 검은 강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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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는 파트너에게 연락을 받고 호텔 룸으로 들어간다. 방안에는 샤워 소리만 들린다. 잠시 후 샤워실에서 나체의 여자가 걸어 나온다. 여자 뒤로 칼을 쥔 남자가 있다. 찰나의 순간 남자는 여자를 찌르고 달아난다. 형사는 곧바로 남자의 뒤를 쫓는다. 이윽고 남자는 형사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러나 남자의 손엔 칼 대신 숟가락이 쥐어져 있다. 그는 죽기전 묘한 말을 남긴다. 당신은... 끝났어. 그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형사를 에워싼다. 호텔 방에 있어야 할 여자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싱즈썬 부국장은 살인혐의로 체포된다. 그 소식은 다른 도시에서 납치 사건을 해결하던 팡무에게 전달된다. 팡무는 믿을 수 없다. 싱 부국장은 함정에 빠졌다. 싱을 구하기 위해 팡무는 혈혈단신으로 사건에 뛰어든다. 


'심리죄 검은강'은 팡무 시리즈 총 5권(프로파일링, 교화장, 검은 강, 도시의 빛, 일곱번째 독자) 중 세 번째 작품이다. 1편 '프로파일링'에서 경찰을 돕던 대학원생 팡무는 2편 '교화장' 때의 새내기 형사를 거쳐 이번 '검은 강'에선 이제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베테랑 형사의 모습을 보인다.1편의연쇄살인마, 2편의 이상 심리 실험에 이어 3편은 도시의 어둠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아동 인신매매 조직'과의 싸움이다스케일이 커졌고상대해야 하는 악의 세력도 엄청 강하다. 한마디로 가장 처절한 작품이었다.


프롤로그에서 싱 부국장이 딩수청을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시키고 그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연락을 받고 그 장소로 가보지만 함정에 빠진다. 그후 팡무가 그를 도우려 하지만 싱은 이런 말을 한다. 우선 딩수청을 찾아라. 만약 딩수청이 변절했거나, 혹은 그가 죽었다면- 이 사건은 절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니 그 즉시 손을 떼라. 그러나 팡무는 언제나처럼 위기나 시련에 굴복할 남자가 아니다. 1,2편 때도 그는 꽤 심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당하면서 사건을 끝내 완수했지만 이번에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본편에서 팡무는 정말 지옥 한가운데로 떨어지는 듯한 극한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사건을 실체를 파악하고자 애쓴다. 게다가 1,2편 때도 그랬지만 작가는 팡무 주변의 인물들을 가차없이 죽음으로 내몬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할 만큼 레귤러 캐릭터들이 사망한다. 읽다 보면 팡무의 심리에 이입되어서 아득하고 참담한 지옥도를 경험하는 듯하다. 


아이들을 지키는데 목숨이 대수인가! 책 띠지에 적힌 이 강렬한 문구는 이 책의 서사를 그대로 상징한다. 어린 소녀들이 납치되어 성노예로 팔려나가고 있는데,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목숨 따윈 가차없이 내버리는 게 형사의 사명이다. 그러나 이 썩은 도시는 정의로운 사람일수록 일찍 제거해버린다. 그래도 팡무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혼자서 아무리 애쓴들 절대로 쓰러트릴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몸이 부서지도록 덤빈다. 절망과 좌절이 괴물처럼 덥쳐도 눈앞에서 도움을 청하듯 손을 뻗는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일어서는 팡무의 모습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리즈 모두 재미와 완성도가 뛰어났지만 3편은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미스터리, 치밀한 복선, 압도적인 서사와 장렬한 희생! 모든 면에서 전작을 능가했다. 1,2편을 읽지 않아도 스토리 이해에는 무리가 없으나 기왕이면1,2편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한다. 1,2편의 인물 및 주요 사건에 대한 언급이 몇번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종 라스트에 전편의 동료들이 팡무를 돕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팡무는 지나치게 사건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한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파괴시킨다. 그래도 그는 어쩔 수가 없다. 양심이 부르는 소리를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인물이기에...!


p.s. 사실상 다음편인 4부 '도시의 빛'이 완결이라고 한다. 5부는 '심리죄' 이전의 이야기로 '심리죄'때 내내 그를 괴롭힌 '친구들이 모두 죽은 사건'을 다루는 프리퀄이다. 4편이 빨리 출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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