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안갑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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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시인장의 살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 그 전대미문의 사건에서 살아남은 대학 미스터리 애호회 소속 하무라, 히루코는 그 참극 뒤에 수수께끼 집단 마다라메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집단의 정체를 조사하고자 한다. 그러다 한 외딴 마을 '마안갑'이라는 건물에서 수십 년 전 마라다메 기관이 비밀 연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시 마안갑으로 향하는 하무라, 히루코는 그곳에서 우연히 마을을 찾은 외부인들과 합류한다. 그러나 마을은 텅 비어 있었고 마안갑의 늙은 예언자는 이틀 안에 4명이 반드시 죽는다는 예언을 남긴다. 실제로 그 예언대로 첫 사망자가 나오고 마안갑에 놓여 있던 의문의 인형 다섯 개 중 하나가 사라진다.


솔직히 일본 내에서 그토록 많은 상을 휩쓸었던 '시인장의 살인'은 내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재미없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극찬 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도 아니었다. 소재의 파격성을 빼고 나면 흔한 라이트노벨 추리물,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후속작 '마안갑의 살인'은 어떨까? 전작 '시인장의 살인'이 추리소설이 나갈 수 있는 소재의 한계를 깨뜨렸다면 '마안갑의 살인'은 고전 추리의 설정을 충실히 따른다. 외부와 고립된 마을, 그리고 하나씩 사라지는 인형 장치 등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많은 설정을 가져왔다. 분명 이 부분은 좋았다. 


고립된 마을에 외부인이 하나둘 모여 마안갑에 갇힌다.(정확히는 마을에 갇힘) 그리고 한 명씩 의문을 죽음을 맞이하고, 인형도 하나씩 사라진다. 이는 익숙하지만, 또 고전 추리팬이라면 피를 끓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다. 작가의 문체도 전작의 '라이트 노벨' 같은 분위기에서 많이 벗어났다. 서사를 한점 한점 꼭꼭 눌러 쌓아가는 필력이 상당히 안정적이었고, 그런 만큼 클로즈드 써클 특유의 정공법적 긴장과 공포가 잘 살아났다. 한 명씩 죽을 때마다 다음 피해자는 누가 될지, 또 살아남은 이들 중 섞여 있을 게 분명한 범인은 누구일지,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라스트가 조금 아쉬웠다. 클로즈드 써클이라는 고전 본격의 미덕을 포석으로 깔아놓고 진행된 이야기가 결말부에까지 초자연적 설정이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게 조금 미묘했다. 


기왕에 전작의 기묘한 참극이 사실은 비밀스러운 집단의 실험과 관련 있다는 출발이었다면 이 후속 스토리에선 본작의 초자연적 현상은 물론이고 전작의 그 비밀까지 모두 논리적으로 격파되길 기대했다. 물론 라스트 범인 색출 과정은 충분히 논리적이었고, 작품 속에서 마을을 지배하는 초자연적 현상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또한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나름의 논리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선 '아, 이것은 소설 속 설정이기에 납득 가능한 것이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여지는 찜찜함이 있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내내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일까지 벌인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납득 가능한 걸까?'라는 모호함이 남았다. 


이 작가의 소설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초현상'의 남발이 서사 속에 찰지게 묻어났다기보단 '트릭' 및 '라스트 진상'을 위해 휘발된 느낌이었다. 즉, 다시 말해 드라마가 약했다. 소재의 파격도 초자연적 설정, 그리고 나름의 논리성도 중요하지만- 늘 강조하는 것은 추리소설에서도 드라마가 약하면 결국 '가벼운 작품'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트릭이나 추리적 명쾌함이 '놀랄만한 수준'까진 아니라고 여겨진다.(특히 꽃잎을 이용한 부분은 어딘지 번잡스러워다) 조금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이건 전적으로 취향 차에서 비롯한 문제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번 후속편은 전작보다는 확실히 뛰어난 편이고, 추리소설로서 별 넷 이상은 줄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초중반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클로즈드 써클 특유의 재미가 뛰어나다. 이틀 안에 4명이 죽는다는 예언은 과연 그대로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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