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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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홀씨가 눈처럼 세상을 덮던 날, 잔혹했던 우리들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어느 집에 복면강도가 침입, 소녀의 엄마와 아빠를 죽인다. 옷장에 숨어 있던 소녀를 찾아낸 강도. 그때 모르는 아이가 나타나 소녀를 구해 달아난다. 아이가 말한다.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같이 맞서 싸워야 해. 그리고... 야구공에 머리를 맞고 눈을 떠보니 어른이 되어 있는 소년. 병실 문이 열리고 모르는 아줌마가 나타나 말한다. 너에겐 오늘이 나와의 첫 만남이겠지? 앞으로 잘 부탁해. 그리고... 벤치에서 뒤통수를 맞고 쓰러진 남자. 눈을 떠보니 20년 전으로 돌아가 있다. 그에겐 사명이 있다. 이제부터 그녀를 구하러 그 집으로 가야 한다.


오츠이치의 또 다른 필명인 나카타 에이이치의 신작 '오늘 너를 다시 만난다'는 판타지와 스릴러가 뒤섞인 퓨전 로맨스 소설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어떤 사건'을 바꾸려 한다는 것은 이제 흔한 타임슬립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츠이치는 역시 남다른 작가였다. 이 흔한 설정을 가지고 이 장르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이 장르가 더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실현시킨다살인이 벌어진 20년 전의 사건을 축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는 절묘한 플롯의 묘가 힘을 발하며 뒤로 갈수록 긴장과 공포가 더해진다. 


오츠이치의 소설답게 미로 속을 달리는 듯한 암담한 공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쉴 새 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중 플롯이지만 초반의 모든 장면이 복선이며, 후반으로 갈수록 모든 복선은 깔끔하게 회수된다. 라스트의 반전과 함께 아련한 감성도 함께 묻어둔 것은 역시 나카타 에이이치의 소설답다. 공포, 스릴, 판타지, 그리고 로맨스까지- 장르소설 팬들이 원하는 재미가 모두 녹아 있다. 누구나 오늘 다시 만나고픈 '그리움'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이제 곧 만나리라는 희망이 우리들의 힘든 하루를 견디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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