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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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발사 실험 실패의 책임을 지고 연구소를 떠난 쓰쿠다는 아버지가 남긴 변두리의 작은 부품 제조 공장 쓰쿠다 제작소를 물려받는다. 아직 로켓이라는 로망을 버리지 못한 쓰쿠다는 경영자라는 현실과 로켓이라는 꿈 사이를 방황한다. 그러던 중 주 거래 기업이 느닷없이 납품 중단을 통보한다. 그로 인해 은행 대출도 불투명해진다. 거기에 더해 대기업으로부터 특허 침해 관련 거액의 소송까지 당한다. 이때 쓰쿠다 제작소에서 만든 '신제품'의 특허권을 넘기면 거액의 돈을 지불하겠다는 또 다른 대기업의 제안이 날아든다. 쓰쿠다는 도산 위기에 몰린 공장을 과연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145회 나오키 상 수상작인 '변두리 로켓'은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의 작가 이케이도 준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시리즈 누계 350만부가 팔렸으며 아베 히로시 주연으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읽으며 이 작가의 놀라운 페이지터너 능력에 감탄했다.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놀라운 흡입력을 선보였다. 로켓 발사에 실패한 주인공에게 두 겹, 세 겹의 위기가 찾아든다. 변두리 공장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대기업의 횡포와 교묘한 술수에 끝없는 좌절을 겪어야 한다. '한자와 나오키'를 읽은 독자라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쉼 없이 책장을 넘기리라. 과연 벼랑 끝에 내몰린 주인공이 어떻게 이 모든 난관을 뚫고 통쾌한 역습을 할지...!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이 단순한 질문을 곱씹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도 그렇고 '한자와 나오키'도 그렇고- 현대인의 삶을 리얼하게 담고 있지만 그 정서는 뼛속까지 '직장인 판타지'에 가깝다. 실제로는 윗선의 부당한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고 힘과 권력을 지닌 이들의 부정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세속의 모순에 자신을 적당히 맞춰나가지 않으면 현실에서 도태당할 테니. 일이란 이층집과 같다고 생각해. 1층은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하지. 생활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어. 하지만 1층만으로는 비좁아. 그래서 일에는 꿈이 있어야 해. 그게 2층이야. 쓰쿠다가 하는 이 말이 소설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1층만으로는 견뎌낼 수 없는 것이다. 세속적 모순이 우리를 괴롭혀도 우리에겐 2층이 있다. 2층의 꿈이 있기에 숨을 쉴 수 있다. 살아간다는 건 그렇게 일과 꿈의 공존을 의미한다.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작가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길고 고된 싸움이 끝나면 밝은 미래가 찾아오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은 그 자체로 '흥행 소설의 엔진'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대다수 보편적 소시민은 적어도 책 속에서나마 '그러한 희망'을 원한다. 원칙과 소신이 지켜지는 사회, 커다란 세력의 부정과 부패가 결국 낱낱이 드러나고 박살 나는 세상. 소시민들의 희로애락 속에 숨 쉬고 있는 그러한 판타지를 이케이도 준은 소설을 통해 통쾌하게 실현시킨다. 그렇게 독자는 위안을 얻는다. 아무리 힘든 시련이 우리를 변두리 끝까지 내몰아도, 마음속 꿈과 이상만은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날아오를 수 있으리라. 저 우주까지 날아가는 로켓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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