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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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은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던 중 호텔 앞에서 한 남자와 다투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뒤를 밟아보니 아내는 사라지고 남자만 남았다. 조셉과도 안면이 있는 남자다. 조셉은 남자에게 아내와 무슨 일로 다퉜는지 묻지만 남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둘 사이에 감정이 격해지고 몸싸움 끝에 남자는 머리를 부딪고 쓰러진다. 마침 조셉의 아들이 천식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켜, 조셉은 아들을 집으로 데려간다. 그후 다시 사건 현장으로 가보니 남자는 사라지고 없다. 자신이 떨어뜨린 휴대폰도 없다. 그때부터 SNS를 통한 무자비한 공격이 시작된다. 조셉은 숨막힐 듯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남자의 흔적을 쫓는다. 그러던 중 아내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안락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고 믿었던 조셉의 삶 전체가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이제 무엇을 믿어야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 소설은 전에 읽었던 '브레이크 다운'이라는 소설을 연상시켰다. 어떻게 보면 '브레이크 다운'의 남자 주인공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존재로부터 궁지에 몰리고 지옥과도 같은 나락의 끝에 떨어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여기서 압권은 조셉의 아내인 멀이다. 멀은 조셉에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 이게 진실이라고 고백하는 듯하면서도 나중에는 말을 바꾼다. 진실이 거짓이 되고 새로운 거짓을 진실이라 말한다. 정말 멀 캐릭터는 이 작품의 핵과도 같다. 보는 내내 주인공 조셉과 완전히 동일시 되어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와 공포, 충격과 허탈감을 같이 느꼈다. 그정도로 작가의 필력이 대단했다.


기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의 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SNS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건드리고 있다. 우리는 거짓이 간단히 진실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언제부턴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명하게 가려낼 기준이 사라진 듯하다. 예전에는 사진, 동영상, 녹음- 이런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을 가려냈다. 그런데 지금은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녹음이든 모두 거짓으로 날조할 수 있다.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영화 '조작된 도시'처럼, 한 개인의 삶이 송두리째 거짓으로 둔갑해버려도 어떻게 손 써볼 수 없는 삶이란 그 자체로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 지옥의 끝에서 조셉이 마주하게 될 경악할만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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