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미 - [할인행사]
이시이 다카시 감독, 이노우에 하루미 외 출연 / 미디어소프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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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아슬아슬한 연쇄살인극!

'프리즈 미'는 2001년 개봉된 일본 호러영화로 미이케 다케시의 '오디션' 이 후 최고의 호러무비라는 찬사를 받으며 평단과 관객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화재작이다.

동네 오빠들에게 어릴적부터 심한 폭력을 당해온 여자가 성장한 이 후까지도 자신의 아파트로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그들을 한명씩 차례로 응징한다는 단순구조를 가진 이야기이다. 언뜻 웨스 크레이본의 극악무도한 공포물 '왼쪽 마지막 집'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은 물론이고 평단에서까지 별 다섯개라는 찬사를 받은 이유는 '왼쪽 마지막 집'과는 또 다른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딸을 잃은 부모들이 살인마를 응징하는 '왼쪽 마지막 집'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한순간에 바꿔버리는 전도를 시도했다면, 이 영화는 끝까지 주인공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게 만든다. 즉, '왼쪽 마지막 집'이 초반에 여학생들을 살해하는 건달들을 강자로 그렸으나, 나중에는 부모들에게 힘없이 죽어가면서 약자의 모습으로 뒤바뀌게 그려, 오히려 그들을 응징하는 부모들을 강자의 모습으로 그려나갔다면, '프리즈 미'는 끝까지 주인공을 약자의 이미지로 그려 나간다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자신을 괴롭히며 강간과 폭력까지 서슴치 않게 자행하던 동네 오빠들(건달들)에 대해 늘 정신적인 공포감을 가지고 있던 나약한 여주인공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의 보복이 두려웠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나체사진까지 그들이 소유하고 있던터라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던 것.
그 와중에 주인공은 성장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후 회사에 취직해서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들을 하나씩 잊어나간다. 하지만 그녀에게 또 다시 찾아온 그 건달들은 마땅히 묵을곳이 없다는 핑계로 그녀의 집에서 머물게 되며 또다시 그녀를 괴롭힌다. 그들이 그녀의 회사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며 사진을 뿌리는 사건이 터지자, 마침내 그녀는 그들을 모두 죽여버리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녀는 건달무리들을 한명씩 아파트로 유인해서 살해한 후 커다란 냉장고에 시체를 유기한다. 한명을 죽이고 나면 곧바로 다음 목표물이 들어오고 그런식으로 계속해서 연쇄살인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살해장면들이 철저히 주인공의 주관적인 시점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비록 살인을 하는 이는 주인공 이지만 여전히 강자는 덩치큰 건달들이며 약자는 연약한 주인공 여자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해서 실수라도 하는 날엔 오히려 주인공이 곧바로 힘쌘 건달들에 의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아슬아슬함이, 살해장면 내내 보는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관객들은 어느순간부터 교묘한 감독의 연출력에 걸려들어서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정과 하나가 되어 버린다. 과연, 이번 살인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모든 것이 들통나 버리는 게 아닐까? 상황이 역전되어 그녀가 당하는 것은 아닐까?

시체가 점점 많아지자 냉장고도 더 필요하게 되고 그 많큼 들킬 위험도 더 많아지게 되면서, 그 스릴러적인 긴장감의 구도는 끝까지 관객들을 붙잡는 힘으로 작용한다. 아슬아슬한 첫 살인장면부터 관객은 곧 주인공이 되어서 위험천만한 연쇄살인의 현장에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프리즈 미'는 개봉당시 일본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으며 호러 최강국은 역시 일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수작이다. 보는 시각의 차이는 개개인마다 다 다르므로 몇몇 이들에겐 아주 불쾌하고 재미없는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대다수의 관객 및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은 것이 사실이며 그만한 가치가 발견되어진 작품임에 분명하다.

끝으로 주연을 맡은 이노우에 하루미의 뛰어난 연기력에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호흡소리마저도 생생히 느껴지는 듯한 사실적인 연기가 압권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냉장고에 가득히 보관되어진 시체들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죽어 있을 때가 더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다. 정말- 인간이란, 차라리 죽어 있을 때가 더 아름다운 것일까. 어떤 사악함도 폭력도, 상처도 눈물도 줄 수 없는- 죽어 있는 그 모습이 차라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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