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집현전의 학자들이 한 명씩, 매일 밤, 연속적으로 처참하게 살해된다.

첫번째 학자는 우물 속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된다. 두번째 학자는 전신이 불에 탄 상태로 발견된다. 세번째 학자는 머리가 으깨어져 발견된다. 이 끔찍한 살육의 끝은 과연 어디이며, 그 목적은 무엇인가!

살해된 학자들은 모두 기이한 단서를 남기고 있다. 뜻모를 숫자가 그려진 마방진 조각, 팔의 문신,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그림 한 장, 사라진 금서의 행방 등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 게다가 궁 안에는 밤이되면 귀신이 출몰한다는 흉문이 자자하다. 사건을 맡은 젊은 겸사복 채윤은 수사를 해 나갈 수록 사건 이면에 거대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말못하는 벙어리 소녀 소이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그녀는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채윤의 수사를 흐리게 만든다. 소이는 죽은 학자들과 내통을 했고, 심지어 임금과도 내통을 한다.

채윤은 경복궁 이곳저곳에 흩어진 기묘한 단서들과 죽은 학자들이 남긴 실마리들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조합해나간다. 마침내 그는 최후의 희생자가 누가 될 지를 추측해내고, 범인이 누구인지도 추리해낸다. 긴박한 밤이 다시 찾아오고 채윤은 강녕정에서 목숨을 건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이정명의 '뿌리 깊은 나무'는 올해 필자가 읽은 최고의 한국소설이다. 이만큼 재미있고 깊이 있는 한국소설을 읽기란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뿌리 깊은 나무'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진입 40일만에 10만부가 넘게 팔렸다.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국내 소설이 어떻게 화려한 외국 소설의 흥행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모범 답안을 작가는 제대로 제시하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요 근래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국내 문학에 단비와도 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치밀한 얼개와 탄탄한 구성, 끊임없이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드는 흡입력있는 스토리. 그리고 수학, 천문학, 역사, 미술, 언어학 등의 방대한 지식과 그러한 지식들의 흥미진진한 배열. 또한 근래 국내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동적인 서사, 극적인 긴장감의 조성, 카타르시스 마저 느껴지는 라스트의 짜릿한 반전과 감동! 정말 세계에 내놓아도 자신있을 그러한 걸작 미스터리 스릴러다!

요즘 거의 줄만 기다리면 다 타는 '무슨무슨 문학상' 따위는 받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뿌리 깊은 나무'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낸 이 작품이야 말로 명실상부 2006년 국내 소설의 최후의 승자다!

일단 읽어보라!

엄청난 흡입력과 속도감으로 밤을 새우게 만들 것이다.

훈민정음 스물 여덟 자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과 놀라운 반전! 필자는 실로, 마방진의 비밀이 풀리는 순간 심장이 격하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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