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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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가진 의사란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힘들어하는 영혼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줄 아는 손을 말한다.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의 카르테' 속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가 바로 그러한 의사다. 40시간 연속 진료가 일상이 되어버린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를 중심으로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에피소드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웃음과 낭만, 수채화처럼 풋풋한 삶의 정취 속에 우리가 잃어버린 진실과 생명의 가치라는 묵직한 주제를 함께 녹여낸다. 


현직 의사이면서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는 이미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통해 특유의 운치 있는 필력을 경험한 바 있다. '신의 카르테'에서도 작가의 운치 있는 필력은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치열한 의료 현장의 밑바닥을 리얼하게 그려내면서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과 시처럼 무드있게 이어지는 서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굵직한 스토리는 없다. 이 소설은 의사 이치토와 그의 동료들이- 병원에서의 동료 및 한 지붕 아래서 사는 이웃 동료, 그리고 그의 아내까지- 만들어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의 연속이다. 그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면서도 또 너무나 인간적이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 에피소드 곳곳에서 빛나는 휴머니즘이다. 죽음을 초연하게 기다리는 이즈미 씨의 사연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의료 드라마나 소설을 보다보면 늘 같은 것을 희망하게 된다. '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다' 허준, 대장금, 닥터X 그리고 '신의 카르테' 속 구리하라 이치토까지! 현실이 냉혹할수록 '허구 속' 이런 주인공들이 더 간절해진다. 생명을 진심으로 아끼는 의사.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본을 지키는 의사 한 명이 그리운 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팍팍해지고 있다는 반증일테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희망한다. 우리의 너덜너덜해진 영혼까지 따스하게 감싸줄 인간적인 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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