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우환은 곰탕 맛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 2019년 부산으로 온 우환은 한 곰탕집에 취직하지만 그곳엔 미래에 자신의 아버지가 될 소년 순희가 살고 있다.

2. 패싸움이 벌어지는 고등학교 교실에 느닷없이 시체가 나타난다. 시체의 한쪽 옆구리는 반원 모양으로 잘려나가고 없다. 시체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으며 반원 모양으로 깔끔하게 살점을 도려낸 무기는 무엇일까?

3. 박종대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오기 전 근미래에 일어나게 될 주요 사건들을 세세하게 조사했다. 그 '미래 정보'를 바탕으로 그는 역사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4. 시간 여행자는 정확히 13명이 한 배를 타고 이동한다. 그들의 감시를 맡은 소년 화영. 그에겐 감시자 외에 또 다른 임무가 있다. 13명의 시간 여행자 중 12명을 죽인 1명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


소설 '곰탕'은 대략 위 네 가지 스토리가 서로 맞물리며 굴러간다. 이렇게 순번으로 정리한 이유는 그만큼 이 소설 속 스토리와 플롯이 커다란 조각보를 맞춰나가는 것처럼 복잡하기 때문이다. 작가 김영탁은 '헬로우 고스트', '슬로우 비디오' 등을 연출한 영화 감독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카메라의 시점에서 인물의 동선과 액션을 묘사한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마치 영화 스크립트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작가의 이러한 영화적인 서사법과 '타임슬립', '살인과 추적'이라는 다이내믹한 설정들이 더해졌음에도 묘하게도 소설은 정적이다.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비밀과 음모, 복선과 반전이 난무하고 심지어 레이저 총으로 추격전까지 벌이지만 소설은 시종 고요한 느낌을 준다. 마치 그 모든 서사를 곱게 우려내어 내놓은 한 그릇의 곰탕처럼.


상상할 수 있는 장르적 설정이 거의 다 나온다. 타임슬립, 대체역사, 연속 살인, 장기밀매, SF액션, 페이스오프, 순간이동, 테러 등등. 물론 순간순간 그런 장르적 쾌감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지만 작가가 진짜로 얘기하고 싶었던 건 그러한 장르적 장치가 아니라 푹 우려낸 곰탕처럼 '진한 그리움'에 대해서였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눈을 현혹하는 그런 장르적 설정보다 우환 가족이 겪게되는 삶의 애환에 눈길이 간다. 


무수한 사건 사고 속에서 우환은 어린 아버지와 어린 엄마를 만나 '행복한 추억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결국 우환이라는 인간을 완성시키는 소중한 에너지가 된다. 곰탕이라는 게 그렇다. 아롱사태를 푹 고와 만든 곰탕은 '시간의 음식'이다. 한데 어우러져 지낸 시간. 힘들고 팍팍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은 우리 가슴 속 어딘가에 곰탕처럼 자리하고 있는 '그 시간'의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소중한 추억이 있다면, 현실의 고난도 견딜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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