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인수식
공사현장에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 신축공사’라고 작은 간판이 서 있다. 보통은 ‘하기와라 주택 신축공사’라고 되어 있겠지만 우리 집은 이런 것도 좀 별났다. 주택회사라면 ‘하기와라 님 주택신축공사’로 되었겠지. 부러 ‘님’이라는 칭호를 넣어 건축주가 짱입니다요, 라는 느낌이다.
이 간판도 조만간 사라지겠구나. 공사현장은 건축주라고 해도 마음대로 드나들어서는 안 된다. 공사 중인 만큼 시공회사의 관리에 놓여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그래서 여기가 내 집이라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회의 때문에 현장에 들러도 “실례하겠습니다.” 느낌이었다.
하지만 밖에서 보더라도 내부도 점점 집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가구가 들어오고 집의 내외부가 온전히 분리되고 베니어판으로 막아 놓은 입구에 문이 달려,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비로소 온전한 집처럼 느껴지겠지.
어떤 책에서 읽은 것인데, 공사 중에 현관문의 열쇠를 하나 받아 두면 편하다고 했다. 그렇지. 왜 그 생각을 못했나. 어찌되어 가나 보러 갔을 때 열쇠가 없어 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진짜로 열쇠를 받는 때는 건물을 인수할 때이겠지.
골프대회 등의 상품으로 차를 줄 때 엄청 큰 자동차 키 모양의 판넬을 건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 열쇠는 주인이라는 상징이기도 하다.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의 인수는 10월 21일로 결정되었다.
전날 요시노 씨에게 거대한 열쇠를 받는 상상을 하며 혼자서 히죽거렸다. 하지만 인도일 당일은 정말 맥 빠졌다.
“그럼 이제부터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의 인도식을 열겠습니다.” 같은 의식적인 행위는 전혀 없었다.
요시노 씨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 주고는 “그럼, 여기 열쇠.”라며 쪼끄마한 쇳조각을 건넷다. 5분 만에 끝났다. 이걸로 명백히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의 주인이다. 우리들의 집이다. 이 집에 관한 자유와 책임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 열쇠를 나 혼자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고이즈미 씨도 갖고 있었다. 열쇠를 주십사 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주지 않았다. 이 집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만일 살기 싫어지신다면 제가 사겠습니다.”라고 농담기 없는 얼굴로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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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도 떼어내고, 가구도 들여 거의 완성된 상태.
공사 현장에는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 신축공사'라는 조그만 간판이 서 있다.
인수 후 초보부대가 공사하다
집의 인수는 오전 10시에 이뤄졌다. 그 후 다시 공사가 개시되었다, 라고는 해도 이바타 건축에 의한 추가공사가 아니라 고이즈미 씨가 이끄는 초보 시공부대였다. 초보라고는 해도 사실 좀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제까지 여러 번 OZONE의 전람회에서 이런저런 솜씨를 보여 온 실력이다.
이날 모인 부대원들은 고이즈미 사무소 직원들과 인테리어전문학교의 학생들, 나까지 포함해 아홉 명이었다. 왠지 체육대회의 팀 같은 느낌이었다.
주장인 고이즈미 씨가 인사를 하고 각자의 역할을 설명했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2층 데스크, 1층 데크를 만듭시다. 우선은 두 팀으로 나눕시다.”
사무소 직원들이 나뉘어 각자 팀에 구체적인 지시를 해 작업을 진행했다. 진짜 일솜씨들이 좋아 보였고 다들 즐겁게 작업했다.
왜 초보자 시공부대가 데크와 테이블을 만들게 되었냐면, 내가 멋대로 정해 버린 것이다. 시공회사에 집 짓기를 전부 맡겨 버리면 너무 심심했다. 나도 뭔가 작업을 했다는 느낌을 갖고 싶었다.
내 초등학교 친구 중에는 건축회사에 건물뼈대만 부탁하고는 마루, 벽, 천장, 계단은 물론 설비까지 혼자서 공사한 대단한 녀석이 있다. 건축회사도 이런 식의 인도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단다.
고이즈미 씨에게 상담했더니 “테이블과 데크 정도라면 우리끼리 만들 수 있어요.”란다. 우리들이라는 게 누구를 뜻하는 거지? 물론 나에게는 데크나 테이블을 만들 기술이 없다. 결국 고이즈미 사무소에서 재료를 구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거기 참가만 했다.
데크랄까 툇마루랄까, 마쓰자와 주택에도 있던 것이다. 남측 출구 쪽에 설치해 두어 내부의 좁은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집의 인상이 크게 변한다.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에도 꼭 실현시키고 싶었다.
2층의 테이블은 고이즈미 씨의 오리지널 디자인으로 고이즈미 사무소에서 쓰고 있는 것과 같은 타입이다. 합판을 가지고 만든 심플한 형태다. 재료는 미리 정한 사이즈로 잘라 놓은 상태로 받았다. 서랍장은 무인양품의 크라프트 상자를 이용했다.
2층 북측에는 다섯 개의 테이블이 늘어선다. 가족 한 사람당 하나씩이고 하나는 공용이다. 이 곳은 스미레 아오이 하우스에서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기만의 공간이다.
그날 온전히 하루를 들여 저녁에 데크와 테이블을 완성했다. 도중에 스미레와 아오이도 학교에서 돌아와 거들었다. 작업을 종료한 후 이 집에서 처음으로 연회를 열었다. 고이즈미 사무소의 직원들과 도와준 학생들 모두 늦게까지 즐겼다.